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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반도체 르네사스 쇼크 확산…"전세계서 160만대 감산 불가피"

김보겸 기자I 2021.03.31 17:39:20

화재 이전수준 회복하기까지 3~4개월 걸릴 전망
반도체 재고분 3개월어치…도요타 등 감산 불가피
대만에 SOS 쳤지만 요청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일본 내 르네사스공장(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최대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에서 발생한 화재 여파로 일본 자동차업계가 대규모 감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초 파악한 것보다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신차 생산량이 앞으로 160만대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일본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노무라증권은 르네사스 쇼크 여파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160만대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기간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 자동차가 120만대, 해외 자동차가 40만대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이번에 화재 피해를 입은 나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반도체 대부분을 자국 업체에 납품하기에 일본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설명이다.

화재로 중단된 공장 가동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3~4개월은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애초 르네사스 측은 화재로 파손된 장치가 11대인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내 23대로 늘어났다. 그을음이나 염소가스로 인한 설비 부식 등 화재의 영향을 받은 장치들이 추가로 발견되면서다.

4월 말쯤 공장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7월 말까지는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비축해둔 재고도 상당수 소진한 상태다. 지난 2월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진도 6 규모 지진으로 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하면서 재고분을 쓴 탓이다. 현재 르네사스는 3개월치 차량용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종별로 재고가 1개월어치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도요타 관계자는 “6월까지는 (반도체를) 간신히 긁어모을 수 있지만 7월 이후는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혼다 관계자는 4월 말쯤 일부 차종을 생산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르네사스발 비상사태에 일본 정부까지 나서 대만에 SOS를 청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 30일 카시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성 장관은 “일부 대만 반도체업체에 대체생산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실제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르네사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대만 TSMC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맡겨 온 위탁분을 자체 공장으로 돌려 생산해 왔다. 그러던 와중 화재 피해로 다시 TSMC에 생산을 요청했지만, 이미 계약을 끊은 직후라 대만 측이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MCU(Micro Control Unit)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르네사스 경쟁력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르네사스는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매출이 175억~240억엔(약 1787억~2451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화재 피해를 입은 나카 공장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3개월간 공장 가동을 멈췄을 때 해외 경쟁자들이 치고올라온 바 있다. 2010년 28.1%에 달했던 MCU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7%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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