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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대리게임 논란’ 류호정 후보, 무엇이 게이머 분노케 하나

노재웅 기자I 2020.03.17 17:35:17

2014년 대리 행위로 '상위 2.4%' LoL 랭크 승급
게임동아리 회장→게임 BJ→게임사 취업→공천
'게임분야 여성 전문가' 타이틀 만든 과거 이력
금전적 대가 및 위법 여부 불문…후보 자질 논란

‘대리게임’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재신임을 받은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정의당 비례후보 1번 류호정(28)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리게임 논란이 뜨겁다. 게임 생태계의 질서를 해친 불법행위 가능성이 크지만, 게임이 낯선 이들에게는 ‘그깟 게임으로 난리’라는 취급도 받는다. 타인이 대신해서 게임을 한 행위가 왜 이토록 큰 문제로 확산하게 된 것인지, 무엇이 게임 이용자와 유권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본다.

◇LoL 속 대리게임,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LoL이라는 게임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대리게임’ 혹은 ‘대리랭(크)’라고 불리는 불법 행위가 성행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지금도 포털이나 게임 커뮤니티에 대리랭을 검색하면 수십여개의 대리업체 홍보글이 난무한다. 어느 업체는 ‘강의’라는 말로 포장해 불법이 아닌 척 게임 이용자들을 홀리기도 한다.

LoL의 랭크는 언랭(언랭크드)부터 아이언(1~4티어), 브론즈(1~4), 실버(1~4), 골드(1~4), 플래티넘(1~4), 다이아몬드(1~4),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챌린저 순으로 세분화돼있다. 이른바 ‘아브실골’이라 불리는 하위랭크 이용자가 전체의 88.6%를 차지하며, 프로급 이용자들이 가득한 최상위 챌린저는 0.02%에 불과하다.

이렇게 세분화 된 랭크는 같은 랭크 안에서도 1개 티어를 올리기조차 힘들다. 세계 최고 인기 게임이자 국내에선 특히 이용자가 많은 LoL 특성상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LoL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1대1 게임이 아니라 5대5 단체게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될 정도의 실력이 아니면 티어나 랭크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잘한다고 생각을 해도, 같은 팀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함께 손잡고’ 같은 랭크에 머무는 것이다. 보통의 일반 이용자들은 수년간 몇백, 몇천판을 해도 대게 아브실골 안에 머무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잘하는 친구가 못하는 친구의 순위를 올려주기 위해 한 판에 평균 30~40분이 소요되는 랭크게임을 몇 판 해주는 수준으로는 ‘절대’ 랭크나 티어를 올릴 수가 없다. 1승당 1~2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수십만원을 들여 대리업체를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LoL에는 매 시즌 ‘배치고사’라고 불리는 시즌 첫 랭크 결정전도 존재한다. LoL을 오래 경험한 이용자들은 처음 배정된 랭크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배치고사 기간에는 특히 대리게임이 성행한다.

◇문제의 대리게임, 어떤 처벌을 받나

비슷한 실력끼리 나뉜 랭크를 기반으로 한 5대5 대전게임인 LoL의 특성상 대리게임이 성행할수록 게임의 인기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는 2013년 이후 보통 한 주에 한 번꼴로 대리게임 적발 현황을 발표 중인데, 354차에 달하는 현재까지도 매번 수백명의 적발된 대리게임 이용자가 나온다.

대리게임 이용자에 대해선 30일 동안 계정 정지 처분을, 2차로 적발되면 영구 게임이용제한 조치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게임사에서 취하는 조치 외에 법적으로도 대리게임은 처벌 대상이다. 2017년 이동섭 미래통합당 의원은 일명 ‘대리게임 처벌법’(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전적 대가를 받고 대리게임을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이 법은 2018년 12월 공포됐고,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은 다르다?

그렇다면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우선 류 후보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대리게임’이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류 후보는 “금전적 대가나 계정등급 상승 자체를 목적으로 계정을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대리게임이 대리시험과 같다는 지적은)금전적 대가를 약속하고 계정 ID를 공유했을 때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 경우는 목적도 대가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게재한 사과문에서도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계정을 공유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직접적으로 ‘대리게임을 했다’는 표현은 없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류 후보는 과거 2014년 2~3월경 인터넷방송 BJ로 활동 중인 당시 남자친구를 통해 대리게임을 진행, LoL 랭크를 골드1에서 다이아5까지 끌어올렸다. 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는 앞서 설명했듯이 작정하고 의도해 반복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쉽게 올릴 수 있는 구간이 아니다. 특히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상위 2.4%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부터는 ‘고수’로 불릴 수 있을 만한 영역으로 취급받는다.

당시 류 후보는 이화여대 게임동아리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같은 해 5월 대리게임 사실이 발각돼 논란이 일자 류 후보는 회장직을 사퇴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회장직 사퇴 이후에도 류 후보는 버젓이 동아리 회장 신분으로 여러 게임 전문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모 게임 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여성들이 방송 무대에 오르면서 대리 의혹이 많다’라는 질문에 “사회적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게임을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여성이 조금만 못하더라도 대리나 버스를 탔다고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것 같다”, “여자들은 (게임을) 못한다는 편견을 깨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정작 여성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불신을 키운 장본인은 류 후보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후 류 후보는 게임 개인방송 BJ를 거쳐 이노스파크와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회사에 입사했고, 최근에는 정의당에서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았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LoL 랭크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테지만, ‘게임분야 여성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 최고의 무기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단순히 남자친구 또는 지인들과 ‘조심성 없이’ 한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지난날의 커리어를 되돌아봤을 때 류 후보에게 LoL 랭크는 그 이상의 가치와 상징성이 있었음이 충분하다.

◇류 후보와 정의당의 거짓말은 현재진행형?

대리게임 논란을 안고 있음에도 정의당은 지난 15일 류 후보를 재심임 했다. 하지만 대리게임 자체 논란을 제외하고서도 류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몇 가지 더 존재한다. 과거 게임사 입사 당시 대리게임을 통한 LoL 랭크가 끼친 영향이라든지, 게임사에서 노조 설립 추진을 이후로 권고사직을 당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 등이다.

류 후보 측은 대리게임으로 인해 얻은 랭크를 게임사 채용 등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2015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는 이력서에 게임 최고 랭크를 ‘다이아 4’라고 적었는데 그 등급은 계정 공유가 아니라 제 실력으로 직접 승급해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퇴사 과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류 후보는 과거 인터뷰 등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한 후배를 위해 증언한 것도 퇴사 이유로 꼽았다. 여러 논란에 대해 정의당은 진상 조사 차원에서 류 후보가 다니던 회사 측에 사실 확인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정의당으로부터 진상 조사 차원에서 입사 당시 대리게임이 끼친 영향 등에 대해 사실요청이 들어온 바는 아직 없다”면서 “입사지원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먼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권고사직 논란에 대해선 “회사는 법을 잘 준수했고, 윤리·도덕적 책임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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