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어 일하는 콜센터…"고객은 마스크 벗고 말해달래요"

박기주 기자I 2020.03.10 17:23:02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에 콜센터 직원들도 불안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 구조
발음 듣기 어렵다며 마스크 빼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도
실적 기반 임금 구조 탓에 아파도 쉬기 어려워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인데, 마스크도 못 끼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요.”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이야기다. 서울 구로구 한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현재 이와 관련된 확진자만 최소 64명,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집단감염이다.

이번 사례처럼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에 콜센터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구조인데다가 마스크를 끼지 말아 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까지 있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호소한다.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0일 서울 용산구 한 콜센터 건물 앞에서 만난 김모씨는 “콜센터 업무를 볼 때 마스크를 끼면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 거의 모든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근무한다”며 “다름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마스크를 끼지 말고 응대해달라는 고객의 요구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 A씨는 “통화 녹음도 해야 하고, 고객 개인정보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재택을 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며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후) 회사에서는 세 명 이상 같이 밥을 먹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종로의 한 여행사 콜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조모씨도 “내가 근무했던 곳은 양 옆 칸막이조차 없는 곳이었다”며 “재택근무로 돌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히 많은 사람이 감염됐을 수 있다”고 콜센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콜센터의 전염병에 취약한 환경에 대해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무실 내부의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쉽사리 휴가를 쓸 수 없는 근무 환경이 전염병을 막는 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일했다는 조모씨는 “콜센터 내부는 (직원의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칸막이가 있는 비좁은 형태의 사무실 구조이고, 아마 대부분 콜센터가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콜센터 직원 B씨는 “아무래도 발음이 잘 안들리니 마스크를 벗고 근무를 하는 편인데,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도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콜센터 직원 김모씨는 “한 달에 15일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실적 평가에서 제외되는데, 만약 유증상자로 자가격리가 되면 실적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만난 조씨 역시 “아프면 쉴 수도 있겠지만 콜을 받는 대로 급여와 실적이 움직이기 때문에 쉬는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콜센터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콜센터 직원들이 “그야말로 무방비”라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콜센터노동자들의 근무 특성상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명 이상이 밀집된 공간에서 쉼 없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며 “장비가 설치돼야 해 재택근무도 여의치 않고, 고객과의 정확한 대화를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콜센터노조에 따르면 전국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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