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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실손보험 가지고 계시죠? 보험회사로 보내면 환급 받으실 거에요.”
지난 겨울 온몸이 불덩이가 된 아이를 안고 뛰어간 병원에서 받아든 진료비 청구서에는 3만원이 더 찍혀 있었다. 평소 약값까지 5000~6000원이면 해결되던 병원비에 3만원이 더 추가된 상황은 이상했다. 원무과에서는 독감검사가 비급여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쪽으로 청구하라는 설명이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확대되며 MRI, CT 등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수십만원씩 들던 검사비가 3분의1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MRI·CT보다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독감검사가 아직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데에는 의사들의 이기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지난 30일 열린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간이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관련 토론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들은 무대를 점거했다. 이들은 독감 간이검사 급여화가 소아과를 대거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지난해 감기 환자는 2510만명, 독감으로 분류된 환자는 240만명이었다. 이를 독감 진단 시장규모로 환산하면 830억원 규모다. 감기환자의 70%가 내과 또는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동네병원에서 진료받는다. 현재 3만원대의 검사비를 건강보험 적용으로 절반가량 낮춘다면 매출액 하락으로 병원 존립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의사단체의 주장이다.
의사들의 생계위협에 공감이 가면서도 고개는 갸웃거려졌다. 이들의 주장엔 국민 건강은 1%도 반영되지 않아서다. 독감 간이검사가 저렴해지면 환자는 비용 부담을 덜어 독감 감염 여부를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독감 약은 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빠른 진단이 빨리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부작용이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총 771건으로 이 중 3건이 사망사고였다. 일본에서는 2015년까지 총 57명이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숨졌다. 이 중 16명은 16세 이하 청소년들이었다. 그러나 의사단체는 이같은 부작용 우려보다는 급여화에 따른 병원 수익성 악화만을 입에 올렸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자기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만을 행할 것이고 개인으로서, 그리고 전문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내용이다. 무릇 의사라면 개인의 안위보다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할 것으로 믿었다. 아니 후순위라도 국민 건강을 한번쯤 생각할 것이라 믿었다. 점점 이익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의사단체의 단체행동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