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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드 비용 청구…한국 방위비 분담금 2배 늘어나나

김관용 기자I 2018.04.12 16:39:30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 위한 2차 회의
美, 사드 및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포함 주장
"국민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협상 결과 도출할 것"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당국간 2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측이 한국 측 분담금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비용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을 이유로 분담금 규모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던터라, 이번 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 평가다. 실제로 정부 당국이 “힘든 협의”라고 언급할 만큼 양측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의 캠프 험프리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SOFA 예외 규정, ‘특별협정’ 형태로 28년째 방위비분담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재정 적자 누적과 동맹국의 경제 성장으로 미국은 동맹국에 미군 해외 주둔 비용 분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시설과 구역 등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유지 발전을 명목으로 ‘특별협정’ 형태로 주한미군 주둔경비 일부를 부담하기로 했다. 1991년 이후 2~5년 단위로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제6차 협정(2005~2006년)부터 외교부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 보다 앞선 1987년부터 미국과 방위비분담협정을 체결했다.

직전 방위비분담협정인 제9차에선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총 10차례 협의를 추진해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유효기간은 2014~2018년으로 방위비분담 총액은 2014년 9200억 원으로 시작해 전년도 총액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해 매년 인상되는 구조다. 단, 매년 인상률은 4%까지로 상한선을 뒀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은 9602억 원이다.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회의 시작 전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쓰고 쌓아둔 분담금 1조원 육박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이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분된다. 문제는 돈이 남아 쓰지 않고 이월되는 액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군사건설을 위한 현물지급(건물 등)액이 과도하게 책정돼 매년 수백억 원 대의 현물지급액이 이월(移越)되고 있다.

사실 방위비 분담금 지급 초기에는 군수건설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가 현금 미집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한미군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때문에 지난 9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군사건설비 중 설계·감리 비용 목적으로 12%만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현물로 주는 방식으로 지급 형태를 바꿨다.

9차 협상금액이 처음 적용된 2014년 군사건설비 4110억 원 중 12%를 제외한 약 3617억 원이 현물지급분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2014년에 현물지급분의 10%가 넘는 약 380억 원이 사용되지 않아 이월됐다. 2015년에는 군사건설비 현물지급분으로 정한 약 3650억 원 중 341억 원이 남아 다음 해로 넘겼다. 평화통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해 말까지 쓰지 않은 누적 불용액은 총 6538억 원에 달한다. 현금 역시 지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사용하지 않은 누적 불용액이 3292억 원이나 됐다.

평통사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2차 회의가 열린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 앞에서 방위비 분담금 삭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드 연간유지비용 최대 900억, 방위비분담 포함 요구

이같이 쓰지 않고 쌓아둔 돈도 수천억원에 달하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완료돼 대규모의 군사건설비 지출 소요도 줄어든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측은 방위비분담금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사드 관련 비용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비용, 전술지휘통제체계(C4I) 성능개량 비용, 주한미군 가족 주택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사드의 경우 지난 2016년 배치 합의 당시, 우리 정부는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하고 나머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부터 한국 측에 주한미군 사드 관련 비용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방위비분담금 항목에는 무기체계 획득비용이 포함되지 않지만, 군수비나 군사건설비 항목에 이를 포함시키려 할 공산이 크다. 사드 1개 포대의 연간 유지비용은 미 국립아카데미 산하 연구협회에 따르면 X밴드 레이더가 현재 성주기지와 같이 종말 모드인 경우 최소 285억 원에서 최대 449억 원, 중국까지 감시할 수 있는 전방 모드인 경우 최소 688억 원에서 최대 925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발언 과정에서 미측이 사드 기지 비용도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혀 기지 건설비까지 우리가 부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이번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측이 핵추진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방위비 분담 맥락에서 정식 요구할지도 관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조성과 연합방위능력 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학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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