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주를 60대 후반에 보는 미국 조부모가 늘면서, 몸으로 아이를 돌보는 대신 돈으로 손주를 챙기는 풍경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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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퇴자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미국 조부모의 90%는 손주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액은 연평균 2654달러(약 351만원)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쓰는 돈은 1720억달러(약 228조원)에 이르고, 여기에 무급 돌봄의 가치 7310억달러(약 967조원)를 더한 이른바 ‘조부모 경제’는 약 9000억달러(약 119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조부모가 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조부모의 평균 나이는 68세다. 50대 가운데 조부모는 27%, 60대는 51%에 그친다. 두 명 중 한 명은 60대가 되어서도 손주가 없다는 얘기다.
만혼과 만산으로 자녀 세대의 출산이 늦어지고 아이 수도 줄면서, 조부모는 ‘늦게, 적게’ 손주를 만나게 됐다. 체력이 떨어진 나이에 손주를 맞다 보니 직접 돌봄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은퇴를 전후해 쌓아 둔 자산은 상대적으로 넉넉해 손주 한 명에게 지원이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이런 흐름은 저출산 시대 소비와 증여 구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조부모 경제’ 규모의 상당 부분이 금전이 아닌 무급 돌봄을 환산한 값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9000억달러 가운데 직접 지원은 1720억달러로 20%가 채 되지 않는다. 돈으로 지원하는 조부모가 많다고 해서 돌봄 기여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난다. 만혼과 저출산으로 조부모의 나이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모와 양가 조부모·이모·삼촌이 아이 한 명에게 지갑을 여는 ‘식스포켓’ 소비와 손주 명의 주식 증여가 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늦깎이 조부모’가 보여주는 변화는 돌봄과 돈 가운데 무엇으로 가족을 지원하느냐의 문제로 요약된다. 조부모의 나이가 높아지는 한국에서도 손주를 위한 지출과 돌봄의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가 가계와 소비 구조를 읽는 지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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