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에너지밀도·재활용성 평가 도입
환경부가 6일 발표한 ‘2024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국비 보조금은 1회 충전 주행거리 길고 충전속도가 빠른 차량에 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전기 승용차에는 배터리 효율 계수를 새롭게 도입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배터리 환경성 계수도 올해 첫 도입해 전기차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활용 가치를 따져 보조금 지원액도 가르기로 했다.
우선 올해 전기 승용차 기준 국비 보조금 최대치는 중대형 기준 65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30만원 줄어든 것이다. 650만원은 국비로 지원되는 금액만으로, 실제 구매자는 국비에 상응하는 지자체 보조금도 받는다. 다만 지자체별 보조금은 차이가 있으며, 지난해 기준 최저 180만원(서울)에서 최고 1150만원(경남)이었다. 이러한 국비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차량은 기본가격이 85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기본가격이 5500만원 미만이면 100% 지원받고, 5500만원 이상에서 8500만원 미만인 차는 보조금이 50%만 주어진다.
다만 보조금 최고액 650만원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속도, 배터리 효율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그간 중·대형 차량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50㎞만 넘어도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500㎞가 넘어야 한다. 주행거리 400㎞ 미만 차량에 대한 지원은 대폭 축소된다. 충전 속도가 빠른 차량 구매 시 최대 30만원의 혜택(인센티브)을 제공받고, 차량정보수집장치(OBDⅡ) 탑재차량 구매 시 배터리안전보조금(20만원)도 지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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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하는 전기차에는 대부분 에너지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돼 이번 개편안에 유리하다. 반면 에너지밀도가 낮은 중국산 LFP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보조금을 덜 받게 된다. 같은 용량의 재활용했을 때 LFP 배터리에서 회수되는 금속의 가치는 NCM 배터리의 25~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 채택 시장변화 읽지 못해”
LFP 배터리에 불리하도록 개편된 것이 국내 제조사에 이익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잡기 위한 방안으로 차량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생산비용이 30% 가량 더 싸다. 지난해 출시된 기아 레이 EV는 중국 CALT의 LFP 배터리가 장착됐고 KG모빌리티의 주력 모델인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의 LFP 배터리가 실렸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LFP 배터리 탑재가 늘면서 국내 배터리사들도 2026년부터는 LFP 배터리 양산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에 LFP 배터리에 불리한 이번 보조금 체계가 ‘합리적 가격의 전기차 보급’이라는 보조금 목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가 올해 출시할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모델도 당연히 LFP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인데 결국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저소득층에 전기차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번 개편안은 이율 배반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낮은 전기차를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사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기껏 전기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차 가격을 낮췄는데 해당 차의 보조금은 줄어들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을 강조하면서 중국산 LFP배터리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산 LFP 배터리를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닌만큼 완성차 제조사들은 신공법을 개발해 제조 단가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