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빚을 깎아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그간의 채무조정 제도는 개인(신용회복위원회, 회생 및 파산)과 기업(워크아웃, 회생 및 파산)이 대상이었고 자영업자 전용 프로그램은 새출발기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 7000억원이 투입되고, 연체가 90일 이상이면 원금을 최대 90% 감면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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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권 관계자를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위는 90일 이하 단기 연체자인 ‘부실 우려’ 차주 지원과 관련해 지원 대상 및 조건을 향후에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신용점수 기준 등이 언론에 알려지면 채무자들이 이 조건을 맞춰서 신청할 수 있다”며 “세부 기준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통해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신용점수 하위 기준을 비롯해 연체일 기준, 최근 6개월간 일정 기간 이상의 연체를 총 몇번 했는지 등의 각종 기준을 공개하면 빚 탕감을 받기 위해 이러한 요건을 일부러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알고리즘을 통해 여러 기준 가운데 몇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부실우려 차주의 연체일 조건과 금리가 공개됐다. 금융위는 10일 이상 연체한 차주에겐 연 9%, 30~90% 연체 시 3~5% 금리를 책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변 과장은 “대략적인 틀은 맞지만 조달금리나 시장금리 상황을 보고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알고리즘 방식을 이용하면 연체 일수가 10일이 안되더라도 다른 조건을 모두 충족해 이자 감면을 받을 수 있고, 10일이 넘어라도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
90일 이상 장기 연체 소상공인, 즉 부실차주(신용불량자)에 대해선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논란에 대해 금융위는 재차 반박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중증장애인 등 평균채무액이 700만원인 취약차주에 대해서만 최대 90%를 감면하고, 기본적으론 총부채의 80%를 깎아주는데 이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의 최고 감면율(70%)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최고 감면율을 10%포인트 높게 잡은 데 대해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과 정부 재정이 들어간 점, 두 가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원금을 탕감해주지 않으며 과잉 부채(순부채)에 대해서만 감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부채가 1억5000만원이고 자산이 1억원이라면, 과잉 부채 5000만원에 대해서만 기본적으로 60~80%(취약차주는 최대 90%) 깎아준다. 부채가 1억원인데 자산이 이보다 많다면 감면해주지 않는다.
다만 금융위는 당초 채무조정 한도를 최대 25억원으로 설정한 것은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국장은 “(개인 차주가 대상인) 신복위도 최대 채무조정 한도는 15억원이고, 지난해 법원 역시 21년 만에 25억원으로 한도를 늘려 이러한 점을 고려했었다”며 “그러나 한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를 받아들여 조정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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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에선 업권 특성상 부실우려 차주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한달 정도 연체하는 것은 일상적”이라며 “(차주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한달 뒤 정상 차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향후 정상 차주가 될 수 있는 채권도 부실우려 채권으로 정해 매각하면 역마진이 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변 과장은 “매각 금리가 조달금리 이상이 되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권 국장은 “최근 2년 반 동안 제2금융권 대출이 70% 이상 늘었다”며 “저축은행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을 통해 건전성도 미리 회복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