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깎아준다' 이동걸 파격 제안‥불씨 살아난 아시아나 인수전(종합)

이승현 기자I 2020.08.26 20:16:43

이동걸, HDC 요구사항 '최대한 수용' 공 넘겨
각각 1.5조씩 공동투자 검토…HDC, 1조 가격인하 효과
인수 후 추가 경영자금 만만찮아 HDC 수용 여부 미지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노딜(No Deal)’ 분위기가 팽배하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이 급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에 2조5000억원의 규모의 매각대금을 큰 폭으로 깎아주겠다며 통 큰 양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HDC현산으로선 최대 1조원의 가격인하 카드를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의 마지막 카드는 ‘통 큰 양보’

매수자인 HDC현산은 매도자인 금호산업은 물론 채권단과 수개월째 이견을 보여왔다. HDC현산은 코로나19 등 여파로 아시아나 인수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인수조건 재검토와 이를 위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지난해 7주간의 실사를 한 마당에 추가 재실사는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선 노딜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다. 실제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지난 12일부터 계약해지가 가능하며 HDC현산의 최종 의사를 확인한 뒤 통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약무산에 따른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이 26일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만나는 것도 계약해지를 염두에 두고 최종 인수의사 확인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두 사람은 두 차례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 인수조건과 관련해 제한없는 협의를 하겠다고 해 상황은 이제 달라질 전망이다. HDC현산이 가장 원하는 부분을 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한적 범위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해왔는데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노딜을 막기 위해 HDC현산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의 통 큰 제안은 다음달 10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아시아나 매각문제를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로 해석된다. 과감한 양보를 통해 HDC현산이 어떤 식으로든 결정하게 만들었다.

◇채권단, 공동투자 검토…HDC 수용할까?

HDC현산이 인수조건 변경을 수용하면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채권단은 내부적으로 아시아나에 대한 HDC현산의 인수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동투자를 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과 HDC현산이 각각 최대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에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채권단이 1조5000억원의 투자를 어떤 식으로 할 지는 추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HDC현산은 본래 인수금액인 2조5000억원 보다 1조 낮은 가격에 아시아나를 인수할 길이 열린다.

또 채권단이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도 HDC현산 측에 제안할 수 있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계획이었지만 아시아나가 정상화를 위해 자금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획을 미뤄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제안을 수용하면 이러한 방안들을 두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이 매각대금을 최대 1조원 깎아준다고 해도 HDC현산이 받아들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수 후 추가로 소요될 경영자금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금액의 10%인 250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한 뒤 유상증자를 포함해 회사채·자산담보부대출 발행 등 약 1조7600억원을 조달했다. 금융비용만 연간 46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 여파로 당장 지난해 12월 계약 이후 아시아나 부채는 추가로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채권단은 향후 일정은 HDC현산의 답변 내용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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