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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권효중 기자] “왜 피해자가 나서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밝혀야 하나요. 피해자가 외쳐야 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낸 걸까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안산에는 노란 물결이 일었다. 이날 기억식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조위 조사결과 두고 진상규명 요구 목소리 더 높아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 주관하고 교육부·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경기도·경기도교육청·안산시가 지원한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렸다.
올해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지난달 28일 세월호 참사의 주요 증거자료인 폐쇄회로(CC)TV 관련 저장장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해군이 해당 장치를 인양했다고 발표하기 전에 이미 장치를 몰래 입수했고, 그 과정에서 조작 및 훼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희생학생인 장준영군의 아버지인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지난 5년간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지옥이었다”며 “6주기, 7주기가 되기 전 304명을 죽인 이들을 모두 잡아 처벌할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자들의 잘못된 관행 때문에 세월호가 침몰했고 무고한 304명이 죽었다”라며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고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아이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서라도 4.16 생명안전공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43)씨는 “앞으로도 특별수사단이 없으면 책임, 공직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올해는 두려운 감정이 좀 든다”라며 “국민청원도 진행하고 있고 이 현장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이나 아이들을 위해서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기억글을 낭송한 생존학생 장애진씨는 “대통령 7시간의 비밀을 감추고 30년간 봉인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시간을 빠져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조사된 내용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지만 왜곡된 이야기로 피해자들이 상처받고 있다”라며 “진상이 밝혀져 대한민국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진실을 반드시 인양하겠다”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안전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국민 요구를 정부의 국정 과제로,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육 과정 중 발생한 참사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유가족들께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선박안전 분야를 혁신해왔다”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특조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노란 추모 물결 만들어 “다신 이런 비극 없어야”
이번 추모식에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3000석의 좌석이 꽉 차는 등 세월호 참사 생존자를 비롯해 당시 사고를 기억하는 전국의 많은 사람이 자리를 메웠다.
이날 기억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시민들이 화랑유원지에 모여들었다. 몇몇 시민들은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으로 만든 추모곡을 따라 부르며 눈물 짓기도 했다.
안산 시민 장모(25)씨는 “지난 참사 때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이 많이 희생돼 너무 놀라고 슬펐던 기억이 떠올라 오늘 5주기 기억식에 오게 됐다”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어야 하고,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계속 기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곱살 딸과 함께 기억식을 찾은 김모(36)씨는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유원지를 찾았다”라며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딸을 비롯한 아이들이 안전한 미래에 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기억식을 위해 안산을 찾았다는 이모(56)씨는 “심정을 구구절절 말할 것도 없이 (슬픈 것은) 모두가 비슷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비리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사건이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법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화랑지킴이와 화랑시민행동 단체 20명은 기억식 인근에서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기습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납골당이다”라고 외치며 추모객들과 몸싸움을 벌여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