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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는 2016년 120조원에서 2017년 114조원으로 감소했다. 시장 포화와 인구 고령화로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한기정 보험연구원장)
22일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한-베 동반성장을 위한 보험시장 협력’을 주제로 열린 제8회 이데일리 국제 경제·금융컨퍼런스(IEFC)에는 베트남과 한국을 대표해 도안 타잉 뚜언 재무부 보험감독당국 부국장과 한기정 보험연구원장이 차례로 연단에 올랐다.
도안 부국장은 베트남 보험시장의 성장가능성을 강조했고 한 원장은 한국 보험시장의 포화로 직면한 도전들을 설명했다. 성장기에 접어든 베트남 보험시장과 정체기에 진입한 한국 보험시장의 현황을 교차해 소개하니 자연스레 양국 간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도안 부국장은 “베트남 보험 가입자 수가 아직 많지는 않다”며 “예컨대 생명보험 가입 인구는 8.8%이고 건강보험과 의료보험은 각각 10%에 불과하다”고 말한 반면 한 원장은 “한국의 보험 침투도(국내총생산(GDP) 중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는 11.6%로 OECD 평균인 9%보다 2.6%포인트나 높다”고 했다.
한국 보험사의 베트남 진출 가능성도 언급됐다. 현재 베트남에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DB손해보험 등이 현지 국영 보험사의 지분 인수 형태로 진출한 상태다.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역시 베트남 최대 국영 생명보험사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안 부국장은 “베트남 보험사에 대한 투자환경은 아직 열악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국내 보험사의 해외 사업 비중은 아직 작은 상태로 해외 진출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양국의 보험 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도안 부국장은 “베트남에는 여러 보험산업 관련 기본법과 특수법이 정비돼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한국은 준비없이 보험시장을 개방한 까닭에 과당 경쟁으로 재무건전성이 약화되고 보험 계약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부작용을 겪었다”며 “적절한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작용을 극복한 결과 한국 보험산업은 수입보험료 기준 전 세계 7위로 올라섰다. 한국 경제규모가 11위이니 보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이다.
한국의 사례를 보면 베트남이 최근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를 도입한 건 보험시장 성장과 변화에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도안 부국장은 “소비자들이 보험 상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근에는 은행과 보험사가 협업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한국의 생명보험 시장은 2000년 이후 상위 3개사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며 “2003년 방카슈랑스의 도입과 외국계 보험사의 약진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한편 한 원장은 베트남 보험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보험연구원과 같은 전문연구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에 초점을 두고 이론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연구하는 국내 유일한 기관”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