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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사망 소식 듣고 희망 이야기한 만델라 옥중편지 경매

김경민 기자I 2018.08.30 17:44:52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너의 사랑하는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 줄곧 너와 너의 엄마를 생각하고 있다.…너의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흑인 인권운동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1918~2013)가 투옥 중 절친한 친구 겸 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동지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듣고 유족들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만델라가 절친의 딸 바버라에게 정성스럽게 쓴 이 편지가 다음 달 14일(현지시간) 남아공에서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 보도했다.

질이 좋지 않은 얇은 종이 양쪽에 빽빽이 쓴 이 편지는 10만 파운드(약 1억5천만 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추정됐다.

신문에 따르면 만델라가 이 편지를 쓴 것은 1974년으로, 그는 당시 종신형을 받고 10년째 갇힌 상태였다.

만델라는 편지를 쓸 때까지도 친구 겸 동지인 마이클 하멜이 숨졌다는 기본적인 사실만을 전해 들었을 뿐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하멜은 영국 런던의 한 신문사에서 잠깐 일한 뒤 남아공으로 돌아가 노동조합원, 사회활동가, 공산주의 관련 매체의 편집자로 일했다.

만델라가 내란 혐의 등으로 감옥에 갇힌 1962년에 하멜도 5년의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하멜은 이후 강제 추방을 당했고 1974년 체코 프라하에서 58세를 일기로 숨졌다. 만델라의 편지는 하멜이 숨지고 4개월이 지났을 때 쓰였다.

만델라는 편지에서 당시만 해도 살아서 풀려날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웠지만, 농담조로 하멜의 부인과 딸을 남아공 호사족의 축제일에 부르겠다고 약속하는 등 슬픈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다.

만델라는 편지 말미에 스스로 다짐하듯 희망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믿음은 오크나무와 같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다 자라면 수백 년 동안 굳건히 견딘다”며 “말을 타거나 경마를 본 적이 있니? 희망은 말과 같아서, 너는 그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결국 결승점에 도달한다”고 적었다.

또 “내 삶의 유일한 행운은 이런 것을 가르쳐준 친구들을 만난 것이고, 너의 사랑하는 아버지는 그중 한 명”이라고 위로했다.

경매회사 본햄스의 매슈 헤일리는 이 편지를 대단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헤일리는 “그처럼 슬픈 일을 겪었을 때 받기를 원하고, 더욱이 편지가 쓰인 환경을 고려하면 더 특별하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편지”라며 만델라의 편지는 당시 자신의 현실과 달리 자유와 기쁨의 느낌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만델라는 이 편지를 쓰고 16년을 더 감옥에서 지낸 뒤 1990년 마침내 자유를 얻었고, 1994년에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만델라가 투옥 중에 쓴 편지는 남아공에서 국보로 관리되는 만큼 이 편지는 해외로 반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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