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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2018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전국 118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수능을 1주일 미뤄졌지만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질세라 이른 아침부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응원전이 펼쳐졌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외국어고 교문 앞에 모인 덕성여고 학생 30여명은 ‘수능 대박 나야 나’ ‘언니들 화이팅’ 등 응원구호와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다졌다. 이곳에서 만난 송모(16)양은 “지진으로 수능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당황스럽고 무서웠을 것 같다”며 “후배들의 응원이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새벽부터 응원을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은 후배들의 응원을 받자 눈물을 글썽이거나 ‘대박 나자’고 외치며 포옹을 하기도 했다.
여의도고 앞에서 만난 수험생 김건웅(18)씨는 “12년간의 노력을 평가받는 거라 긴장된다”며 “부모님이 떨지 말고 잘 보고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열심히 했으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음 좋겠다”고 말한 뒤 시험장 안으로 향했다.
시험장에 나온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두 손을 꼭 모은채 제 실력을 발휘해주길 빌었다
고3 딸을 둔 양모(50)씨는 “지진으로 전국의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웠을 텐데 아낌없이 쏟아붓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심여고 김주석 교사는 “학생들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끝까지 긴장하지 말고 시험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실 종료 시간을 앞두고는 헐레벌떡 고사장으로 들어서는 ‘지각 수험생’들이 속출하는 진풍경도 어기없이 펼쳐졌다.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고 앞에서는 입실 완료 시각 5분이 지난 오전 8시 15분쯤 수험생 1명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순찰차에 올랐다. 고사장을 착각해 잘못 찾아왔다 다급히 이동하는 학생이었다.
오전 8시 32분쯤에는 서울 반포고에서 한 남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택시에서 내려 황급히 교문으로 입장했다. 해당 수험생의 어머니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뒤늦게 출발해 늦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어머니는 교문이 닫히고 시험 시작종이 울리고 나서야 발길을 돌렸다.
수능 전날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수험생도 병실에서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
이대의료원에 따르면 목동고 3학년 남윤영양은 전날 오전 고열과 급성 복통으로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았고 검사 결과 급성 맹장염 진단을 받아 같은 날 오후 응급수술을 받았다.
남양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제공한 VVIP 병실에서 시험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다른 수험생들과 동시에 시험을 치렀다.
남양의 아버지는 “도움을 준 이대목동병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오늘의 경험이 간호학과를 지망한 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루 동안 규모 2.0 이상의 추가 여진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청은 “수능 시험 마감 시각인 오후 5시 40분 현재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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