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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주식회사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법, 상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배임, 업무방해, 뇌물공여,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하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오전 하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그간 제기된 경영비리 의혹을 집중 추궁한 뒤 긴급체포했다. 하 전 사장 소환조사는 검찰이 지난 7월 14일 경남 사천의 KAI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재임하면서 KAI 경영비리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KAI가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 등을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며 부품 원가를 부풀려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한다. 또 이라크 공군 공항 건설 등 해외 프로젝트의 미실현 이익을 회계에 선반영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있다.
하 전 사장은 정·관계 인사와 전직 군 장성, 언론인 등의 청탁을 받고 부적격자 15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하 전 사장이 측근 인사들이 퇴사한 뒤 차린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하 전 사장은 수억원대 지분을 차명보유한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하 전 사장 등 KAI 핵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명절선물 등으로 지급하기 위해 대량 구매한 상품권 가운데 수억원 상당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KAI 본사와 협력업체 5곳 등에 3차례에 걸쳐 대규모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자들을 줄소환했지만 납품가 부풀리기 의혹 등 방산비리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 KAI 채용비리와 협력차 지분 차명소유 등 다른 혐의를 바탕으로 수사동력을 이어가 결국 하 전 사장 소환에 이르렀다.
반면 1년 넘게 도피생활을 이어가는 KAI 비자금 의혹의 ‘키맨’ 손승범(43) 전 인사팀 차장의 신병은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KAI 해외사업을 총괄하던 KAI 김인식 부사장이 돌연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 막바지에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측은 “KAI 수사와 관련해 김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그간 KAI 핵심 임원들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번번이 기각했다. 하 전 사장의 영장청구마저 기각되면 수사 동력은 크게 꺾일 수 있다.
만약 검찰이 하 전 사장 신병확보에 성공하면 사장 연임과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수주 등을 위해 정권 고위인사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수사대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