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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되지 않은' 후보자 TV토론서 '홍준표'를 보다

고준혁 기자I 2017.04.25 16:47:03

2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TV토론, 9명 ''군소 정당'' 후보 출연
조원진 "탄핵, 인민재판"·남재준 "文, 北관련 의혹"…洪과 일치
시민단체 "제도권 정치가가 극우 파시즘 대변…洪이 더 문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열린 보수대통합 결의대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중앙선거방송위원회가 주관해 24일 진행된 ‘초청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자 TV토론회’에는 사퇴한 기호 13번 김정선 한반도미래연합 후보를 제외한 6~15번 후보들이 출연했다. ‘메이저리그’에 있는 기호 2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목소리’만은 남아 떠돌았다. 일부 군소 정당 후보들의 주장이 홍 후보와 비슷하거나 같았기 때문이다.

◇조원진·남재준 “민중민주주의 탄핵”…洪 “탄핵기원설, 이겨야 밝힌다”

‘친박’(親朴) 단체들이 주도해 만든 새누리당의 조원진 후보는 토론회 시작과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후보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탄핵으로 이어졌다”며 “거짓 음모를 벗어던지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북·좌파들이 한 데 뭉쳐 거짓 평화 촛불시위를 하며 대통령을 엮었다”며 “이번 선거는 거짓과 진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도 최순실·박근혜가 경제 공동체라고 생각하느냐는 조 후보의 질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두 후보의 의견은 홍 후보의 평소 주장과 거의 흡사하다.

홍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 서면에서 진행된 ‘한반도 안보기원 부산 애국시민대회’에 참석해 “야당 중진의원이 3년간 탄핵을 기획했다는 탄핵기획설도 나왔다”며 “우리가 이겨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탄핵 관련 헌재 재판은 민주 재판이 아닌 인민재판”이라며 “언젠가 부끄러운 재판으로 남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文, 자유 대한민국 정체성 맞지 않아” 등 ‘사상 비판’도 洪과 동일

조원진·남재준 후보와 홍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대상으로 한 비판 주제가 ‘사상’이란 점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남 후보는 “김일성 회고록 제목인 ‘세기와 더불어’가 연상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의혹이 있다”며 “송민순 회고록, NLL(북방한계선) 사건과 관련, 특검을 실시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 후보도 “문 후보는 아예 자격이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되면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는데 무슨 자격이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홍 후보는 지난 18일 울산 유세에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북한과 상의할 것”이라며 “사실상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위계상 문 후보를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보다 밑으로 봤다는 점에선 홍 후보의 비판 강도가 군소 후보들보다 더 세다.

◇일자리 문제, “전교조·민노총 등 강성귀족노조와 규제 때문”…‘일치’

이들 모두 한국 경제 위기가 전교조와 민주노총,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 후보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귀족·강성노조가 막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귀족노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후보는 “집권하면 종북좌파를 척결하겠다”며 “쇠사슬을 칭칭 감고 있는 강성노조를 해체해 마음껏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의 민노총·전교조 ‘알레르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각종 유세에서 경남도지사 시절 무상급식 파동 등으로 “이들과 싸워 이긴 최초의 정치인”이라며 이를 치적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홍 후보는 “청년실업이 만연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전적으로 강성 귀족노조와 좌파들 때문”이라며 “기업이 투자하고 싶어도 귀족노조들이 연봉을 도지사랑 똑같이 받는다. 평균연봉이 1억”이란 식의 얘기를 자주 꺼낸다.

홍 후보는 규제를 ‘악’(惡)으로 본다.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이 규제”라며 “집권하면 1년 내에 모든 규제를 풀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제 숨통을 쥐고 있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남 후보와 같은 맥락이다.

◇시민단체 “탄핵·노동3권 부정, 파시즘…제도권인 洪이 더 문제”

홍 후보 등의 이같은 주장에 시민단체들은 “탄핵과 노조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보수는 법치주의와 헌법질서 등 우리사회 기본 틀이나 제도를 지키고 수호하는 집단”이라면서 “헌재의 탄핵 결정을 부정하고 ILO(국제노동기구) 등에서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권리를 반대하는 것은 보수가 아님을 떠나 파시즘이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안 사무처장은 또 “홍 후보가 (군소 정당 후보들보다) 더 문제”라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집권 여당이었던 곳의 후보가 극우 중의 극우, 극단주의 태도를 취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태극기 표’를 긁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면 더 나쁘다”며 “지지를 받기 위해 제도권의 정치가 헌정 유린 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가 전날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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