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기온이 -9.4도까지 떨어지며 반짝 한파가 찾아온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막한 ‘2019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부스를 둘러보던 광주여상 구선욱(18·여) 학생은 “내년 본격 구직을 앞두고 미리 상담받으러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겨울 매서운 추위에 못지않은 극심한 고용한파 속 청년들이 일자리 ‘큰 장’이 선 공공기관 채용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을 확대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은 정규직 신입사원을 2만 3284명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작년보다 409명 정도 늘어난 규모다. 특히 올해부터 고졸 채용목표제가 도입돼 공공기관의 전체 고졸 학력자 채용은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22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로는 한국철도공사 채용 예정 인원이 1855명으로 올해 주요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다. 에너지 분야는 한국전력공사가 1547명을 뽑기로 했고,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는 중소기업은행 200명, 농림수산 분야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280명을 각각 뽑을 계획이다.
◇ 인기 부스에 구직자 수십명 상담 줄 이어져
9~10일 이틀간 열리는 박람회에는 첫날 2만여명의 구직자가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기 부스에는 구직자 수십여 명이 상담을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올라온 구직자 반모(29)씨는 “지난해 떨어진 회사 부스를 중심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며 “돌아볼 곳이 많아 내일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130여 공공기관 채용담당자는 각 부스에서 구직자에게 1대 1 채용정보를 제공했다. 인사담당자 무대에 나서 토크쇼 형태로 채용 사례와 노하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람회 참가자를 위한 모의면접과 NCS 직업기초능력검사, 인성검사 체험 등 프로그램 등 부대행사도 인기를 끌었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해 행동 태도를 분석해주는 특강도 열렸다.
|
청년 취업난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8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82만 2000명으로 1년 새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연적인 인구 증가분을 고려하면 취업 환경은 국제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2009년 이후 가장 나쁘다는 평가다. 더욱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까지 아우르는 청년층(15~29세)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8%로 다시 한번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약 39만명의 ‘에코 세대(1990년생 전후)’가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출생률이 현저히 높았던 1950~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만큼 비슷한 연령대에서 유독 인구가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앞으로 3년 동안은 청년 취업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올해 목표인 일자리 15만개 만들기에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면접점수 공개 등 공정한 채용절차 건의도
홍 부총리는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고 점심 땐 공공기관 초년생 및 취업준비생 10여명과 점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구직자는 면접 점수를 공개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언도 했다. 저소득층의 취업준비 비용 부담에 대한 호소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면접점수를 공개하게 되면 구직자가 자격지심에 빠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저소득층 구직자의) 취업 부담은 더 줄일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공공기관의 공정한 채용 절차도 강조했다. 그는 “일부 기관의 비리가 청년의 꿈을 꺾고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며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를 2월 중 발표하고 적발된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책임을 물어 사회 전체에 공정 채용문화가 정착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