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진단평가에 대학가 ‘멘붕’…평가결과 희비 교차

신하영 기자I 2018.06.20 18:35:10

상위 64% 대학들 반색...정원 안 줄여도 정부 재정지원
하위 36% 116개 대학 정원감축·정부지원제한 대상에
"교육부 평가 하위대학 낙인, 학생모집 되겠나" 울상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 및 평가 확정 시 대학별 조치 사항(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김소연 기자] 교육부가 20일 공개한 대학기본역량진단(진단평가) 1단계 결과는 사실상 ‘예비 살생부’다. 교육부는 평가 결과 하위 36%인 116개 대학(전문대학 포함)에 정원감축을 압박할 방침이다. 반면 상위 64%(207개교)에 포함된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정부 재정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 진단평가로 구조조정 구분…대학가 희비교차

교육부 진단평가에서 낙제점을 받는 대학은 향후 대학 간 생존경쟁에서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부실 대학’이란 이미지까지 더해질 경우 신입생 충원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1단계 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 간 희비가 교차한 이유다. 하위 36%로 정원감축 명단에 포함된 대학들은 평가결과에 반발, 교육부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위 64%에 해당하는 ‘예비 자율개선대학’은 1단계 평가결과를 반기고 있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된 한국외대의 장지호 기획처장은 “교육부 진단평가를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자체 평가에서도 여러 교육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와 다행”이라며 반색했다.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한 1단계 진단평가는 대학별 전임교원확보율·수업관리·장학금지원·충원율·취업률 등을 평가했다. 해당 대학의 교육 여건·성과를 측정한 것이다.

교육부는 상위 64%에 해당하는 207개 대학(일반대학 120곳·전문대학 87곳) 중 특별한 부정·비리가 없는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확정한다. 자율개선대학은 교육부로부터 정원감축 압박을 받지 않으며 대학별로 규모에 따라 30억~90억 원씩 총 4448억 규모(2019년 기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시행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E등급’을 받았던 경기도 용인의 루터대도 그간 와신상담을 통해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다. 학교 차원에서 교육비 투자를 늘려 전임교원확보율 등 평가지표를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 정재민 루터대 기획처장은 “대학 구성원이 3개월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2년간 휴가도 반납한 결과”라고 말했다.

◇ 하위권 대학 초상집…“학생충원 어떻게” 우려

반면 정원감축 대상에 포함, 교육부로부터 2단계 진단평가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대학들은 ‘멘붕’에 빠졌다. 교육부 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찍혔다며 학생충원을 걱정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이번 1단계 결과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겠다는 대학도 있다. 교육부는 2단계 평가를 거쳐 오는 8월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진단평가 결과를 확정·발표한다.

하위 36%에 포함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진단평가에서 하위대학으로 찍혔는데 학생들이 오겠느냐”며 “대학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어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하위권인 영남권 대학의 기획처장은 “평가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한편 2단계 평가에 대해서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음달 11일부터 하위 36%에 포함된 대학을 대상으로 2단계 평가를 진행한다. 2단계 평가에선 △교육과정(교양·전공) △지역사회 협력·기여도 △재정·회계의 안정성 등을 측정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을 구분한다. 역량강화대학은 정원감축을 조건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을 감축해도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중 일부는 2019학년도 신입·편입생의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이 전면 차단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대학 재정지원 규모 더 키워야” 요구도

2단계 평가를 잘 받은 일부 대학은 등급이 자율개선대학으로 상향 조정되는 ‘패자 부활’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부정·비리 감점에 따라 자율개선대학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등급이 하락하는 대학 수만큼 패자 부활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차분하게 2단계 평가를 준비하는 대학도 있다. 하위권인 충청권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1단계 평가결과는 앞으로 더 충실하게 학생들을 교육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2단계 평가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한편 교육부가 ‘예비 자율개선대학’ 비율을 당초 예상(상위 60%)보다 늘어난 상위 64%로 정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율개선대학 수가 늘어날수록 균등하게 지원하는 대학별 일반재정지원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수도권 사립대 부총장은 “평가를 받은 대학 대부분이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는데 이럴 거면 대규모 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철 한양대 기획처장도 “국가경쟁력은 인재 육성에서 나오는데 이는 결국 예산 투입의 문제”라며 “수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해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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