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영면(永眠)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군자 할머니가 생전 사실상 전 재산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 김 할머니는 지난 5월 생애 마지막 생일에도 아름다운재단 간사들과 만나 “내 삶이 한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돌아보니 가진 것을 다 줘서 후회가 없다”고 말했었다.
24일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고 김 할머니는 재단 창립 직후인 2000년 8월 당시 평생 모은 5000만원을 기부해 ‘김군자 할머니 기금’을 조성했다. 고 김 할머니는 재단 창립 이후 첫 기부자이기도 하다. 이후 2006년 또 다시 5000만원을 추가 기부해 아름다운 재단에 총 1억원을 성금했다.
13살에 부모를 여읜 고 김 할머니는 8개월 동안 야학에 다닌 게 평생 배움의 전부였다. 고 김 할머니는 생전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가난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이 배울 기회만이라도 갖는 데 써달라”며 기부를 결심한 이유를 말했다고 재단 측은 전했다.
이같은 뜻이 전해지자 700여명의 시민들이 힘을 보탰고 현재까지 누적 기금으로 약 11억원이 모여 250여명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는 고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접한 장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진선(30)씨는 “할머니 덕분에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정도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부디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고 감사와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고 김 할머니는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지난 2015년 1억 5000만원을 자신이 다니던 경기 광주 퇴촌성당에 장학금으로 기부한 바 있다. 당시 고 김 할머니의 통장에는 잔고가 20만원 남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