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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제재하던 미얀마 군부와 美 돌연 협상…속내는 '희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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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10.08 14: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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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쿠데타 이후 최고위급 직접 접촉
미국인 석방·온라인 사기조직 소탕 논의…희토류 확보도 의제
민주화 압박 대신 실익 중심 외교…대중국 공급망 전략 맞물려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온 미얀마 군사정권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미국인을 겨냥한 온라인 사기조직 소탕과 억류자 석방이 주요 의제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희토류 확보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주의 회복을 압박해온 미국의 미얀마 정책이 실익 중심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미얀마 경찰. (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경찰. (사진=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전·현직 당국자 등 관계자 7명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얀마 군부가 세운 정부와 직접 협상을 시작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핵심 역할은 마이클 밴스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 담당 차관보가 맡았다. 밴스 차관보는 지난달 15~16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2021년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과 회담했다. 쿠데타 이후 미국과 미얀마 군부 사이에 이뤄진 최고위급 접촉이다.

당초 회담은 미얀마에 억류됐던 미국인 사업가 애덤 카스티요의 석방을 위해 추진됐다. 카스티요는 미얀마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인물로, 지난 6월 11일 양곤 공항에서 미얀마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석방된 그는 자신의 석방에 기여한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관계자들을 동원해 비공식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미얀마 측이 석방 대가로 요구한 것은 미국 정부와 적절한 수준의 공식 접촉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국과 미얀마 당국자 간 접촉의 연장선이다. 당시에도 밴스 차관보가 참여했으며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 관계자들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미얀마 군부와 대화를 재개한 주요 배경에는 동남아시아에 확산한 온라인 사기조직 문제가 있다. 미얀마에 근거지를 둔 범죄조직들은 연애 사기와 투자 사기 등을 통해 미국인들로부터 수십억달러를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관련 범죄 대응을 위해 미얀마 당국과 직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기조직 상당수가 군부와 연계된 민병대 통제 지역에서 활동하고 일부 범죄 수익이 군부로 흘러 들어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미얀마 군정의 단속 의지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희토류 확보도 주요 관심사다. 미국 당국자들은 미얀마에 매장된 대규모 중희토류 자원에 접근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희토류는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미국이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가운데 미얀마는 잠재적인 대체 공급처로 거론된다. 현재 미얀마 희토류의 주요 수입국은 중국이다.

그러나 실제 자원 확보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주요 희토류 매장지가 미얀마 군사정권과 교전 중인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통제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원 확보에 개입할 경우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접촉은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드러낸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21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고위 장교와 군부 연계 기업에 제재를 부과했다. 2022년에는 의회가 미얀마 민주화 세력에 대한 비살상 지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대외원조 체계를 개편하면서 관련 지원사업 대부분을 중단했다.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개선을 압박하는 대신 미국의 안보·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군부와도 협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부 지도자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은 로힝야족에 대한 대규모 학살과 강제 추방 등 인권침해 문제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밴스 차관보가 미얀마를 방문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미얀마군은 라카인주 시장을 공습했다. 유엔 인권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50명 이상이 숨지고 다수가 다쳤다.

미국 국무부는 미얀마 내 모든 세력과 미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폭력 중단과 정치범 석방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미 피고트 국무부 대변인은 “문제를 외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직접 다뤄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은 군부와의 접촉이 미얀마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 모두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살인적인 정권에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사정권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로저 스톤은 지난 4월부터 미얀마 정보부를 대리하는 로비업체 DCI그룹의 자문역을 맡았다. DCI그룹은 지난 6월 미국이 미얀마와 협력하지 않으면 핵심 광물 확보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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