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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과학법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에 총 390억달러 지원, 25% 세액공제 등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이들의 대 중국 생산·증산 관련 투자를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TSMC 등은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28나노(㎚·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칩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못한다. 제한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계약 위반에 해당돼 연방지원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삼성전자로선 미국 지원을 받게 되면 중국 공장 가동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미국 주요 핵심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와 과학법 세부안에 대해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주도로 한국·대만·일본을 끌어들여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를 결성하려는 ‘칩4(팹4)’ 협력 논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민간 외교관’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중심으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이 구축되면 칩4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가능성도 있다. 가석방 상태에서 비자발급이 쉽지 않아 방문을 미뤘었지만 자유로운 몸이 된 만큼 일본의 주요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와 안정적인 공급망 논의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19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일본을 직접 찾아 소부장 공급 문제를 점검했다.
일본은 통신분야에서 삼성의 핵심 시장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 주요 통신업체에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을 하고 있어 앞으로 6G 등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특히나 내달 27일 열리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는 오바마 전 미국 전 대통령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이 초청됐다.
재계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 국장 등을 고려해 일본 출장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면서 “그간 미국, 유럽, 중동에서 글로벌 시장을 점검한 만큼 이번에 일본 시장을 살펴보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대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