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성화 대책` 주문 받은 공정위…어떤 묘수 내놓을까

조용석 기자I 2022.03.23 18:13:05

집단 규제 완화책 보고 전망…총수 친족 축소 유력
지주회사 체제, 총수 지정 제도 개선 등 거론할수도
전속고발권 두고 고민 클 듯…기술유용팀 확대 가능성
“공정위 역할 축소 불가피…적극적 규제 어려울 것”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기업 활력’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궁극적 목표로 잡은 만큼 공정위에 과감한 규제 타파를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인수위 사전업무 보고에서는 공정위에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업무보고는 인수위가 24일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부처와 주요 사안을 공유하고 당선인의 정책 기조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 집단 규제 완화정책 유력…친족범위 축소

먼저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규제와 관련 동일인(총수)의 특수관계인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을 보고할 전망이다. 특수관계인 정책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정책공약집을 통해 ‘합리적 조정’을 약속한 부분임과 동시에 당선인 공약에 포함된 가장 구체적인 대기업 규제 완화 정책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으로 정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 기업결합규제, 공시를 위한 제출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핵가족화 및 탈 가족화 시대에 접어든 현재, 사실상 왕래가 없는 6촌의 경우 가족 구성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공시 제출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6촌 찾기를 하고 있다며 불만이 컸다.

특수관계인 축소는 공정위도 지난해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일정 부분 준비한 정책이다. 연구용역을 맡았던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혈족 범위 4촌 이내, 인척 범위 ‘배우자 직계존비속’으로 완화하고 배우자 사실혼 관계에 있는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인수위 측이 △동일인(총수) 제도 전반 △지주회사 제도 △CVC(기업형벤처캐피탈) 규제 완화 등을 공정위에 요구할 수도 있다. 모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완화를 요구한 집단 규제다.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은 “현재 대기업 정책은 개인 창업주가 순환출자형 기업집단 형태로 운영하면서 세대 간 상속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기업집단지배구조에 대한 맞춤형 규제로 설계됐다”며 “이러한 대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한때 있었으나, 이것도 충분한 대안이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유도와 같은 일률적 규제보다는 대기업 스스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만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 관련 규제는 인수위가 공정위에 즉시 완화를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만큼 정착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 보유가 금지돼 있으나, 새 공정거래법에는 CVC를 100% 자회사 형태로는 소유할 수 있게 했다.

인수위에서는 현재처럼 공정거래법을 근간으로 하는 공정위 중심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벗어나 미국과 같은 상법 등에 따른 비(非) 지배주주 견제장치를 활용한 자율 감시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는 여러 제도가 동시에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기에 장기과제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전속고발권 두고 고민 클 듯…“공정위 역할 축소 불가피”

공정위가 당선인이 요구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전속고발권 행사’에 대해 어느 수위의 대책을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전속고발권이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형사 처벌이 남용돼 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공정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행사한다는 비판과 함께 폐지 여론이 꾸준히 있었다.

검찰 출신인 윤 당선인은 당초 전속고발권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나 정작 공약을 발표할 때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행사’로 수위를 낮췄다. 공정위로서는 기업 경영 활성화와 전속고발권의 엄정한 행사를 동시에 이행하기에는 상충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예방 및 피해구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내용도 공정위 보고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공약에서 ‘갑을관계에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예방시스템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단일화 전 기술유용 엄중 처벌 및 공정위 기술유용팀 확장을 약속한 바 있다.

공정위가 주력했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경우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플랫폼 기업의 역동성에 더 무게를 싣고 ‘최소규제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온플법을 ‘최소한의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방통위(과기부)와의 조율 문제도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재검토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 주요 공정경제 공약(자료 = 국민의힘)


경쟁법 전문가들은 ‘최소규제 원칙’, ‘기업 활성화’를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정위가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인수위가 과장 중에서도 기수가 낮은 구성림 지식산업감시과장(행정고시 49회) 1명만을 파견받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본다.

공정위 출신 경쟁법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때처럼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우는 기조에서는 기업 규제가 주요업무인 공정위가 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집단 규제 관련 법을 모두 고치지 않더라도, 공정위의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을 제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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