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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일자리위원회 설치 발표와 함께 뿌려진 A4 한 장짜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구표(안)’가 전경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표 하단에 쓰여있는 유관기관 명단에서 전경련이 빠졌기 때문이다. 경제 단체 중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가 유관기관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기보, 신보, 농협,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은행, 기업은행,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등이 일자리위원회 유관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5단체로 분류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빠졌다. 대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두 단체가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에서 배제된 것이다.
전경련과 경총 측에서는 정부와 무관한 ‘사단법인’이기에 유관기관에서 제외됐다는 입장이지만, 민법에 근거해 설립된 사단법인 무역협회는 유관기관 명단에 올라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경제단체의 위상과 역할에 변화의 조짐으로 읽는 시각이 많다.
특히 전경련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경제계의 대표적 적폐 세력으로 규정할 만큼,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는 상황이기에 경총보다 더 난감해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유세 기간인 지난달 14일 대한상의 초청강연에 참석해 대한상의에 무게를 실어주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전경련 시대는 지났다”며 “경제계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대목을 보고 참으로 신선하게 느꼈고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단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에는 전경련을 뺀 4대 경제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공개 질의에서는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당선 후 대기업 회장들과 별도 만남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전경련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이명박, 박근혜 등 전임 대통령들은 대부분이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당선 직후 전경련을 방문, 대기업 회장단과 티타임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정조차 예정돼 있지 않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과 허창수 회장이 경남고 4년 선후배인 점을 들어 희망 섞인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이런 학연이 문 대통령과 전경련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와대 측에서 대통령 방문 일정 등을 별도로 고지한 적 없다”면서 “문 대통령의 성향상 앞으로 전경련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