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가 조속히 배치·운용되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에 상응한 한미 동맹의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 역시 “모든 대북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한미 동맹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6일 백악관 외교정책 참모는 펜스 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오면서 동행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 완료와 운용 시점에 대해 “배치가 진행중이지만 한국이 5월 초 다음 대통령을 뽑을 예정이라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이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단순 해프닝”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민감한 내용을 취재진에 밝혔다는 점에서 단순 실언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신속 배치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대선 전 마무리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이 사드 배치에 대한 특정 시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한미 양국은 절차들을 고려해 사드 배치 시기를 올해 7~9월 경으로 정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롯데 측이 성주골프장 제공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환경영향평가 수행 업체를 미리 선정했다.
미국은 국방부와 롯데가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자 마자 발사대 등 사드 장비를 한국에 반입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부지 공여절차와 부지 기반시설 공사, 포대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준비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이 때문에 대선 전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았다. 사드 배치 시기를 차기 정부로 넘길 수 있다는 한미 당국의 이번 언급은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이틀째 첫 일정으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회의를 가졌다. 직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군사분계선(MDL) 인근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측 상황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의 부친인 에드워드 펜스 소위는 한국전쟁에 참가했으며 1953년 4월15일 그 공을 인정받아 브론즈스타메달(동성훈장)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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