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장내 미생물이 만든 물질이 체중과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김기우 교수팀(리잘 산토스, 양동주, 유상희)은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인 ‘부티르산(butyrate)’이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구조를 통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부티르산은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단쇄지방산으로, 소화·면역·내분비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신 대사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조절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뇌에서의 작용 기전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사 항상성을 조절하는 핵심 부위인 ‘시상하부’에 주목했다. 시상하부는 식욕, 에너지 소비,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하는 중추로, 기능이 저하될 경우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경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일차 섬모(primary cilia)’가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진행됐다. 부티르산을 다양한 방식(복강 주사, 경구 투여, 뇌실 주사)으로 투여한 결과, 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약 15% 체중이 감소하고 식이 섭취량도 약 2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조절 능력 역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분자 수준 분석에서는 시상하부 신경세포에서 일차 섬모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Rfx2, Rfx3 등)와 구성 단백질(Ift20, Ift54, Ift88, Kif3a/b)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실제로 시상하부 주요 영역인 궁형핵과 복내측핵에서 일차 섬모 형성이 촉진된 것이 확인됐다.
반면, 식욕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gRP 뉴런에서 일차 섬모를 제거한 마우스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티르산 투여에도 체중 감소나 혈당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신경활성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부티르산의 대사 조절 효과가 시상하부 AgRP 뉴런의 ‘일차 섬모’를 통해 작동함을 의미한다.
전기생리학 분석에서도 부티르산은 AgRP 뉴런의 활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지만, 일차 섬모가 없는 경우 이러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김기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물질이 단순히 소화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뇌 신경세포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전신 대사를 조절한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라며 “특히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일차 섬모가 대사질환 조절의 새로운 치료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장·뇌 축(gut-brain axis)을 기반으로 한 대사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최신 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