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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회적 타협" 외쳤지만…두번째 분신에 더 꼬인 `카풀 딜레마`

손의연 기자I 2019.01.10 17:27:01

10일 개인택시기사 분신시도해 숨져…두번째 사례
택시업계 "열사 정신 받들어 강경투쟁 나설 것"
"청와대 행동 촉구하며 대규모 4차집회 열것"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손의연 박기주 조해영 기자] 택시기사 고(故) 최우기씨가 숨진 지 딱 한 달 만인 10일 개인택시 기사 임정남(65)씨가 분신을 시도해 숨을 거뒀다. 이들 모두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는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1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린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갈등이 격화됐지만 여전히 그 갈등의 매듭을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임씨의 분신 사망으로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와 여당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 택시기사, 광화문서 분신…한 달 새 벌써 두 번째 사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이 결성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천막 농성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임씨의 유언을 공개했다. 임씨는 앞서 9일 수원의 개인택시기사인 임정남(65)씨가 광화문에서 분신을 시도했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임씨가 남긴 음성파일에는 “나는 더 이상 당신들(정부) 밑에서 살기 싫다. 저 멀리서 지켜보겠다”라며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요구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또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무너진다. 60대가 주축인 택시기사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택시와 상생하자는 카카오. 지금와선 콜비도 받아챙긴다. 대리기사들 건당 요금 20%까지 챙겨간다. 간신히 밥 벌어먹고 사는 택시기사들마저 죽이려고 하는 이것을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불과 한 달만에 두 명의 희생자가 나오자 택시업계는 강경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이날 집회에서 “그간 서울 곳곳에서 세 차례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지만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정부가 귀를 열 것이냐”며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온 택시 안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기고 운명하신 사태에 대해 100만 택시가족 이름으로 분노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항의 서한 전달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다. 그들은 청와대에 방문해 “주무부처 국토교통부와 여당은 우리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카카오의 일방적인 주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에만 맡길 수 없어 대통령께 이러한 요구 전달하고자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업계 `강경 대응` 예고…정부·여당은 해결책 없어

또 다시 희생자가 나오면서 관련 업계에는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임씨의 사망이 제2의 대규모 집회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앞서 지난달 최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해 사망한 뒤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바 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지난 3차 대규모 집회에선 10만명이 참여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큰 규모로 4차 결집대회를 열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비대위는 현재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00만 택시가족과 25만 택시가 광화문과 청와대를 향해 총 집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 카풀 서비스 개시로 촉발한 택시업계의 반발을 중재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석한 사회적대타협기구 구성을 추진했지만 택시업계의 불참 등으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카풀 갈등`과 관련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이해관계가 다른 분을 설득해야겠지만 생각이 다른 분들 사이에서 타협이 필요하다”며 “바뀐 시대에 맞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유연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피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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