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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다시 강대강 대치?…위태로운 韓 주도 외교해법

김형욱 기자I 2017.11.29 17:32:08

美 차분한 첫대응 불구 더 큰 압력·무력시위·기조변화 불가피
2월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앞둔 韓 곤혹…주도적 역할 입지↓

29일 북한 평양 기차역 인근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서 이날 새벽 새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는 조선중앙통신발 북한 정부 성명이 나오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미국 관계가 75일 만의 북 미사일 도발로 또다시 ‘강 대 강’ 대치로 이어지리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고 수준의 압력과 그에 따른 교착 상태가 다시 극한 대치로 이어진다면 한국 주도의 평화·외교 해결 노력도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첫 대응은 차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인 28일(현지시간) “바뀌는 것은 없다”며 “우리가 다뤄야 할 일이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경제·외교적 압박, 특히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을 압박에 동참시켜 북한을 대화 창구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선 대북 대응 기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이 이론상 미국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북한 핵탄두 미사일의 미국 직접 타격 능력’이란 한미 동맹이 설정해 놓은 마지노선을 넘기 직전이다. 아직 핵탄두 소형화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과제가 남았으나 의지만 있다면 완성까진 시간문제란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현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북한의 항복이란 효과를 얻기 위해선 더 큰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만큼 무력시위 강도도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 직후인 지난 9월15일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북방한계선(NLL) 이북까지 출격시켰다. 동해 상에선 핵항공모함 3척을 출동시켜 유례없는 연합훈련을 했었다. 북한 역시 이번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압력에 도발로 맞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지 일주일 만이다. 양측 긴장 고조에 따른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침묵한 75일 동안 추진돼 온 북미 간 물밑 접촉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내년 2월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긴장 완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한국 정부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인 ‘베를린구상’과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대화 추진 등이 줄줄이 난관을 맞았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입지가 더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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