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학적 조절 메커니즘은 DNA에 담긴 유전정보의 변화 없이 DNA 주변부와 DNA에 결합하는 단백질복합체의 구조 변화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식물의 발달과 성장, 적응, 노화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중요한 유전적 결정들을 내린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곽준명 그룹리더와 김윤주 연구위원이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Riverside)의 쉐메이 첸(Xuemei Chen)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모델 식물인 애기 장대를 이용해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탈아세틸화 효소 중 하나인 HDA9와 복합체를 구성하고, 아세틸화된 히스톤에 결합함으로써 개화 조절 유전자 중 하나인 AGL19의 탈아세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함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여러 후성유전학적 조절 메커니즘 중 하나로 알려진 히스톤 아세틸화/탈아세틸화 과정은 히스톤 아세틸화 효소(acetylase)와 탈아세틸화 효소(deacetylase)에 의한 뉴클레오솜(Nucleosome)의 구조 변형을 통해 이뤄진다.
히스톤 아세틸화 효소가 뭉쳐져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아세틸기(acetyl group)를 붙여 뉴클레오솜의 연결을 느슨하게 하면 DNA 전사가 가능해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반대로 탈아세틸화 효소가 느슨하게 연결된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기를 떼면 뉴클레오솜이 다시 뭉쳐 유전자 발현 정도가 감소하게 된다.
특히 탈아세틸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잎이 작게 자라거나 꽃이 빨리 피는 등 식물의 성장과 발달에 문제가 발생한다.
PWR 단백질은 개화 시기 조절과 꽃의 기관 형성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기존에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즘은 밝혀진 바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PWR 단백질과 HDA9의 해당 유전자를 각각 결여시킨 돌연변이체를 관찰한 결과, 정상 식물에 비해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가 증가하며, 그에 따른 개화 유전자 발현 또한 증가됨을 확인했다.
두 돌연변이체에서 아세틸화되는 히스톤 단백질들의 유전체 상 위치와 발현이 증가하는 유전자들의 종류가 상당히 유사했는데 그 결과 두 개체 모두 정상 식물보다 개화시기가 빨랐고, 열매 끝이 뭉툭한 모양이었다.
즉, HDA9와 PWR 단백질은 동일한 유전적 경로를 통해 탈아세틸화 작용을 수행해 식물의 성장과 개화 시기 조절에 관여함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는 식물에서 PWR-HDA9 복합체의 구성과 PWR 단백질의 탈아세틸화 기능을 처음으로 밝힌 데 의의가 있으며, 향후 정교하게 조절되는 식물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의 이해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IF 9.423)’ 온라인판에 지난 5일(미국 동부 현지시각)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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