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근일 채상우 기자] “지난 10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한마디로 공황상태입니다. 정부에 개성공단 철수시한 연장 건의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북한이 11일 개성공단 내의 자산 동결·남측 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피해최소화 방안을 강구하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손 쓸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잃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사태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사회 개최 직전 북한이 개성공단 자산동결 및 남측 인원 추방조치를 발표하면서 당초 이사회 안건은 모두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중기중앙회에 모인 입주기업 대표들은 “정부의 피해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회사 문을 닫게 된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오늘부로 개성공단은 완전하게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며 “무리하고 부당한 결정을 한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2013년 가동중단은 북측의 조치였기 때문에 정부에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면서도 “이번에는 온전히 우리 정부의 일방적이고 성급한 결정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홀대받고 무시받는 것이 슬프고 분하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이날 이사회에서는 입주기업의 의견을 모아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을 위해 철수시한을 1~2주 연장시켜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사회 도중에도 개성 현지와 지속해서 연락을 시도했다. 자사 직원의 안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의 남측 인원 추방 조치가 내려진 이후 일부 임직원들은 통일부 산하 관리위원회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폐업 준비부터 해야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개성공단 의류임가공업체 화인레나운의 박윤규 대표는 “전쟁 중에도 밀사는 왔다갔다 하는 법”이라며 “민간기업들인 당사자들과도 아무런 논의가 없이 정부가 갑자기 가동 중단을 알린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망연자실한 일부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사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모든 것을 체념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0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A사 대표는 “개성 현지에 남아있는 제품 및 설비를 환수할 수 없게 된만큼 원청업체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모두 물어줘야 할 처지”라며 “돈을 물어줄 여력도 없어 폐업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지만 소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폐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