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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 5일 전까지 증인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하는데, 이틀 전인 지난 2일까지 증인 채택에 난항을 겪어 한 건도 못 보냈기 때문이다. 여야가 극적 합의하고 증인도 이에 동의한다면 규정에 어긋나도 4일 진행이 가능했지만, 내내 샅바싸움을 벌여온 여야의 동정 상 연기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채널A 사건’ 등과 관련한 일부 증인 출석이 쟁점이었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윤 당선인의 측근인 한 후보자를 통해 새 정부에 어깃장을 놓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한 후보자의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건 새 정부에 대해서도 국민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속히 한 후보자 청문회를 열어 국민 여러분께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직접 보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후보자와 논리로 맞설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지연 작전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된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 촉구 대회’에 참석한 후 “한 후보자의 자료가 부실한 게 아니라 민주당 대응 자체가 부실하다”면서 “검수완박에 논리가 어디 있겠나. 애초에 할 수 없는 대적이기에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관련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한 후보자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을 늦췄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몰려 있는 이번 주를 피하면, 민주당의 ‘낙마 리스트’에 올라 있는 한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나 사퇴를 압박하기 용이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지렛대로 일종의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과적으로 법적 기한인 8일까지 완료하고자 했던 기존 계획은 차질을 피할 수 없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10일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해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청문회에서 ‘검수완박’ 입법과 공포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의견을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