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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박 화백의 집필 의도처럼 책 속에는 1000명에 이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박 화백은 유독 기억에 남는 인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꼽았다. 박 화백은 “손기정 선수는 시상대에 올라가서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리고 일체 웃거나 밝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아 거의 범죄자처럼 국내로 들어와 마라톤을 못 하게 됐다”며 “이후 해방 직전 여운형 선생의 건국동맹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다시 역사 속에 등장하는데 그의 뜨거운 애국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독립운동가를 기억하는 일 만큼 반대편에서 친일 부역자를 기억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친일 부역자들이 우리 역사에서는 해방 이후에도 수십년간 주류로 살아왔고 그 후손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들이 강하게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우리가 이제 와서 그들이 누렸던 부귀영화와 재산을 빼앗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이 무엇을 통해 지금의 부귀를 누리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또 책의 2권 3·1 운동을 다룬 부분에 대해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3·1운동을 단순히 유관순 열사라는 대명사로만 기억하는데, 3·1운동은 전 민족이 일어났던 세계 민중 운동사에 유례가 없는 대단한 과정”이라며 “3·1운동을 겪으며 사람들이 근대적 시민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3·1혁명이라고 봐도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책을 마친 소감으로는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대를 이어가며 독립운동을 펼친 선조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 화백은 “광복 75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에서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것’이라는 시대 정신을 남겼다”고 전했다.
박 화백은 지난 201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작업을 끝낸 후 ‘35년’의 작업을 위해 국내외 독립운동 현장 답사 및 자료 수집·공부에 매진해 왔다. 5년 만인 2018년 1월 1권을 출간했다. 일제강점기 역사와 유관순, 윤봉길 등 꼭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정리한 책은 우리에게 일제강점기 역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