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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가산점 10점 도입, 공기업 운명 좌우한다(종합)

최훈길 기자I 2017.07.31 19:29:42

기재부, 새 경영평가 기준 확정
119개 기관, 5단계 평가에 반영
임금 불이익, 기관장 해고 전망
朴도입 성과연봉제, 1년여 만에 폐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앞으로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여부가 공공기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성과연봉제 경영평가가 폐지되면서 일자리 창출 실적이 주요 경영평가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불과 1년여 만에 평가 방식이 바뀌자 공공기관들은 비상이 걸렸다. 무분별하게 일자리 수만 늘려 방만경영의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년여 만에 성과연봉제 평가 폐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4대 출범식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밝혀,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평가 도입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31일 김용진 2차관 주재로 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 수정안과 공공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대한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든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가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경영평가에 적용된다.

수정안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평가 항목은 도입 1년여 만에 삭제됐다.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노력’ 항목에 가점(10점)이 신설됐다. 이는 지난해 도입된 성과연봉제 평가 지표보다 3배 이상 큰 파격적인 배점이다. 앞서 지난해 경영평가 편람에 반영된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 항목의 배점은 3점이었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좋은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할 경우 높은 경영평가 등급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외부 전문가로 경영평가단을 꾸려 119개 공공기관(올해 기준)에 매년 A(최고등급)~E(최하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한다. 경영평가 등급이 낮을수록 성과급에 불이익을 받고 공공기관장이 해고될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산점 10점은 등급을 바꿀 정도”라며 “경영평가가 절대+상대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산점에 따라 얼마나 등급이 떨어지거나 오를지는 가늠할 순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을 위한 전사적 노력과 전략 및 계획 △비정규직·간접고용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 나누기 등 공공기관의 좋은 일자리 창출 실적 △기관의 핵심기능·사업·투자, 사내벤처, 임직원 창업 등을 통한 민간 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노력과 실적 △좋은 일자리 창출 노력과 성과의 혁신성 등을 보고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공공서비스 제고와 일자리 창출 노력에 따라 공공기관 인력이 늘더라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대한 지침을 개정해 총 인건비 범위 내에서 정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탄력정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혁신적인 방안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우수 공공기관에 표창도 수여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오는 12월 2018년도 경영평가편람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고용 친화성을 반영한 평가 지표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등급 떨어지면 연봉 1500만원↓..사활 걸린 문제”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경영평가가 31일 도입 1년여 만에 공식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새로운 경영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출처=기획재정부]
이 같은 조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성과평가제를 폐지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총정원제 및 인건비 제도를 신축적으로 운용해 공공부문부터 일자리를 만들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의원 시절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에서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조달, 개발, 위탁, 기타 민간지원 사업에 있어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만을 중시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기관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들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 공기업 고위관계자는 “경영평가 등급이 A에서 D로 떨어지면 부장급은 연봉이 1500만원이나 내려간다. 등급을 좌우할 정도인 가산점 10점은 기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세부적인 평가 내용이 알려진 게 없어 어떻게 대응할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일자리 창출을 무리하게 주문하다가 후유증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빚이 많은데도 무리하게 일자리를 늘리거나, 사업비를 줄여 인건비를 늘리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인사 관리가 방만하게 될텐데 효율적인 공공기관 운영을 고민해야 할 기재부가 무책임하게 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일자리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의 중심”이라며 “무분별한 인력 증원으로 방만한 경영이 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적극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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