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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쏠림 현상·고환율 피해에 우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가 늘면서 너무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달러 강세나 다른 나라 통화와 움직임에 비해 원화가 가치 절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쏠림 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고려는 과거 국가 부채, 외채가 많았을 때와 다르다며”며 “(환율이 오른다고) 금융위기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외환시장 불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당국의 입장에서는 고환율로 물가가 굉장히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환율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오를 경우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고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불균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할 수 있지만 내수 기업은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손해를 볼 수 있고, 해외에 투자하는 사람은 평가이익이 올라가지만 환율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할 경우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역할을 요청한 것과 관련 “국민연금이 처음 해외 투자를 할 때는 국내 개인들이 해외로 자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면서 “국민연금의 기금으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민간 자산이 해외로 나갈 때 기금까지 같이 나가면 한 방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거시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연금이 환 헤지(위험분산)를 통해 해외 투자 수익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 자산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져나갈 때는 원화 가치가 절하되고 가지고 들어올 때는 절상이 발생한다”며 “연금 지급을 위해 해외 자산을 들여와 지급할 때도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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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윈 금리 전망 ‘팽팽’…인하 가능성 닫은 것 아냐
이날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동결’ 의견을 냈으며, 신성환 위원은 지난 8월과 10월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인하’ 소수의견을 제기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한 위원들은 성장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고 환율과 부동산 등 금융 안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신 위원은 “향후 성장 및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됐지만 기저 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민간 실질 부문의 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고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면서 추후 판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 전망은 지난달과 비교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바뀌었다. 3명의 금통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히면서 인하와 동결 전망이 정확히 3대 3으로 양분됐다.
직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인 지난달 23일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5월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린 이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은 △7월 4명 △8월 5명 △10월 4명 △11월 3명으로 변화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문구도 지난달 “성장의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로 바뀌었다.
이 총재는 “현재 성장률 상승은 반도체 사이클이 주도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비 정보기술(IT) 놓고 보면 잠재성장률보다 밑에 있고, 산출갭(실제 성장률-잠재성장률)이 천천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착시 현상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논의하자고 한 위원은 없었다”면서,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과거 금리 동결에서 인상으로 가는 데 평균 12개월 정도 걸렸다”며 “현재 금통위원 내 인하와 동결 전망이 3대3이다.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분(판단)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9에서 1%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수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는 2%에서 2.1%로, 내년은 1.9%에서 2.1%로 각각 올려잡았다. 이날 처음 제시된 2027년 성장률 전망치는 1.9%,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