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핵융합과 핵분열 기술 개발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핵에너지 개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격적으로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자금을 쏟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전 세계 원전 산업은 복잡한 인허가 과정, 차세대 핵연료 공급망 구축의 어려움, 핵융합의 경우 순에너지(net-energy) 생산 실현 등 여러 기술적 난관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원자력을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게이츠는 “AI 발전으로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있는데, 여기에 전기차·히트펌프 보급이 더해져 수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핵에너지가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고 전력 비용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천연가스가 많지만 무한정 사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NEF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35년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수요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의 두 배 이상 규모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 관련 투자가 35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중국의 천문학적 투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게이츠의 설명이다.
중국은 이미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 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 핵심 산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했다. 아직 차세대 원전,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분야에서는 비슷한 지위에 이르지 못했으나,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이츠는 “차세대 원전 기술 경쟁에서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핵분열이든 핵융합이든 가장 저렴한 전력 생산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서는 두 기술 모두 비용이 높고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게이츠는 기후투자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를 통해 핵융합 기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 차세대 핵분열 원자로를 개발 중인 테라파워 등에 투자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게이츠가 직접 설립한 기업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기존 친환경 중심 에너지 정책 기조에서 화석연료 중심으로 복귀했음에도 원자력 산업에 대해선 지원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유타주 에너지 포럼에서 “원전의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핵이 다시 섹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S와 구글 등 주요 기술기업들도 차세대 원전 스타트업과 전력 공급 계약(PPA)을 체결하는 등 장기적·안정적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게이츠는 “이들 기업이 실제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2035년 정도가 돼야 데이터센터 전력의 주요 원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