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등과 맞물린 어수선함 속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란 국가 대계 추진 일정이 시작부터 지연되면서 전체 일정에도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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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격적인 위원회 구성까지는 갈 길이 먼 ‘반쪽 출범’이다. 기획소통과, 부지선정과, 기반조성과 등으로 이뤄지는 위원회 사무처의 정원은 총 35명인데 출범까지 5분의 1의 인원만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금명간 10여명의 인원이 추가 발령날 것”이라면서 “사무처는 특별법 시행에 맞춰 정상적으로 가동한다”고 했다.
사무처 인선이 늦어지다 보니 본격적인 위원회 구성은 제대로 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위원장 1명과 정부·국회 추천 인사 각 4명을 더해 총 9명의 위원이 갖춰져야 의사결정이 가능한데, 위원장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할 뿐 유력 후보자에 대한 의향 타진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쟁 속 주무부처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절차도 덩달아 늦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준위 방폐물 정책은 현재 산업부 소관 업무였지만, 정부·여당이 이달 중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10월부터 이를 환경부를 확대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당정의 계획대로라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돼 10월 기후부가 출범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에 반대해 무제한 필라버스터로 맞서고 있어 기후부 출범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렇다보니 산업부나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 사무처로선 위원회 인선 등 세부 의사결정을 누구에게 받아야 할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 직제대로라면 산업부 장관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산업부가 곧 기후부로 옮겨질 예정인 위원회 인선을 미리 결정하는 건 부담이다. 그렇다고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를 결정할 수도 없다. 대통령실도 이 같은 애매한 상황 속 위원회 인선을 미루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아직 대통령실의 시그널이 없다”며 “지금 당장 추진하더라도 위원회 구성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마련 전체 일정에도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특별법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마련 시점은 2060년으로 앞으로 35년이 남아 있지만, 세부 일정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부터는 부지 선정을 위한 사전 조사 등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지난 2021년 수립한 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계획에 따르면 전체 일정은 12년의 부지 선정 절차를 포함해 총 37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내년 관련 절차를 시작하더라도 2063년에나 마무리될 수 있다.
원전업계에선 원전에 유보적 입장을 보여 온 이재명 정부가 고준위 방폐물 처분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마련은 현 원전 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문제와 맞물려 원전업계에선 시급한 과제로 평가되지만, 탈(脫)원전을 전제한다면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발전량이 줄면 그만큼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도 늦어진다.
이재명 정부 원전 정책의 키를 쥔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올 초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확충 제한 내용을 특별법에 포함시켜 원전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서도 “특별법 내 일부 조항은 원전 운영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는 만큼 추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