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옵티머스 ‘30억’ 투자 곤혹…외압·배후설 제기(종합)

이명철 기자I 2020.10.12 18:05:15

“제대로 설명 없이 사내복지기금 투자…관리 부실” 질타
야당 “이진아 前 靑 행정관, 사외이사 재직…의혹 밝혀야”
김인식 사장 “소송해서라도 투자금 환수, 잘못 있다면 조치”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5000억원 가량의 피해액이 발생해 논란인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불똥을 맞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사복기금)을 통해 30억원을 해당 펀드에 투자다가 손실을 입게 됐는데 제대로 된 심의 절차 없이 ‘묻지마 투자’를 했다는 지적이다. 공사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전(前) 청와대 행정관의 배후설도 제기됐다.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등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화 설명만 듣고 결정? “정말 이상한 투자”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옵티머스) 투자 절차를 보면 실무담당자의 요청으로 이사회에 보고해 투자가 이뤄졌는데 판매사인 NH투자증권(005940) 제안서에는 수익성·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안나와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펀드 투자를 제한할 때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첨부하는 것과 달리 NH투자증권이 농어촌공사 대상 투자 요청서에는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음에도 3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식 농어촌공사 사장은 “사전 전화상으로 충분히 자료들에 대해 확인했다고 들었다”며 “수익성 2.8%를 안정되게 (창출한다는) NH투자증권 상품을 신뢰해 믿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사복기금 투자 절차와 관련 “앞으로 경영 개선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투명성을 보장하고 안정성·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금 환수가 안 될 경우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법정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환수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기관이 전화로 2.8% (수익을) 준다고 해서 투자했다고 이야기를 하느냐”며 “이것은 기금 관리 부실이고 투자 잘못으로 국민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사장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NH투자증권이 27일 (투자를) 제안했는데 농어촌공사는 하루도 안돼 바로 이사회를 열어 투자를 결정했다”며 “자금운용제안 요청서를 보면 아주 구체적으로 제안한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액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자 대상을 ‘국내 발행 채권’으로 폭넓게 설정한 약관과 관련해 “약관을 이렇게 받아놓고 소송해서 돈을 어떻게 받나”며 “누가 봐도 정말 이상한 투자”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사모펀드는 확정이자율을 제시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농어촌공사가)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해 피해 보전을 받겠다고 하는데 투자자의 기본적인 지식조차도 없다”고 꼬집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외부 연루 의혹 제기…담당자 “외부 관여 없었다”

옵티머스 투자와 관련해 농어촌공사 직원들에게도 의원들의 의혹 제기와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는 사복기금 투자를 결정하는 이사회 일원인 김용구 농어촌공사 노사협력부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처음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신중하게 NH투자증권의 상품설명 내용이 현실성 있는지 (수익)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한국전력(015760)은 (투자를) 10억원, 한국마사회 20억원을 했는데 (농어촌공사가) 30억원을 투자했다는 건 얼마나 방만한 운영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과 옵티머스 연계에 대한 의혹도 나왔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사내이사인 윤석호 변호사와 부부 관계로 지난해까지 농어촌공사의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진아씨는 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에서 청와대 민정실 행정관으로 이동했고 직접 옵티머스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 수사가 지금까지 미흡한데 옵티머스와 관련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사모펀드의 기본 구조조차 이해 못한 상태에서 직원 돈을 30억억원이나 투자한 것은 분명히 외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농어촌공사측은 이번 투자와 관련해 이 전 행정관은 물론 외부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김 부장은 “(이 전 행정관을) 뒤늦게 사건 터지고 난 뒤에 알았고 (옵티머스 투자에 대해) 외부나 사장 등의 관여, 부탁이 없었다”며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중간 감사 결과가 나왔고 (이후 최종 감사 등에서) 문제가 된다면 명명백백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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