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눈앞…SOC 앞서 회계 인프라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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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철 기자I 2018.10.31 15:35:21

북한 회계제도 소개 및 남북회계 협력 모색 세미나
“중국·베트남 발전상 따라갈 것, 전략적 로드맵 구성해야”
국제사회 지원에 투명성 필수…국제적 회계기준 요구

3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회계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토론회 사회를 맡은 곽수근(오른쪽에서 세번째) 서울대 교수가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이명철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사회주의 체제에서 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재무제표의 검증, 즉 회계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국제사회의 원조가 이뤄지려면 회계 인프라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한반도 경제협력을 위한 남북회계 협력 기본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북한 회계제도의 특성을 이해하고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회계제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장석우 고려대 교수는 ‘남북회계 인프라 비교’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의 회계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북한은 회계를 제한된 생산·소비에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가치적 계산과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북한의 회계는 경제를 통제하는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북한 회계 법제 역시 모든 기관·기업의 경영활동·성과를 통제해 정부 재정수입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 교수는 “북한 회계법은 경제주체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외국인 투자가의 경우 외국인 투자기업 회계검증법에 따라 회계 검증을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회계 협력 전략적 포커스 및 로드맵’ 주제 발표에 나선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남북투자지원센터장)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회계 검증 제도가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북한에서도 국제적 수준의 회계 제도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파악했다. 그는 “현재 북한 규정은 국제기구 및 다른나라와 교류·협조를 규정하고 있고 현지 학계서도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연구 사례가 있다”며 “캐나다와 지식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체결하는 등 직접 교류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 개방 사례를 비춰볼 때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따라갈 것으로 봤다. 이 부대표는 “베트남 회계제도 발전이 중국보다 15년 정도 늦었는데 북한은 베트남보다 15년 이상(플러스 알파)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북 회계 협력을 위한 전략적 포커스는 △회계 제도 △통제(회계 감사) △교육 제도 △국제 교류 △경제특구 △표준화 6가지로 설정했다. 1단계로 회계 학계 세미나 등을 통해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국제회계 제도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 일부 개방(2단계), 회계정보 공개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등 완전 개방(3단계)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로드맵 수립에 앞서 주체별 역할을 구분하고 대북제재 등 국제 정세에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북한 회계 제도, 교육 등 종합 차원의 남북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중국, 베트남 등의 회계 제도 변화 단계도 잘 연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제 발표 후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남북 경협 등에 앞서 회계 인프라 마련이 우선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도 회계 중요성은 날로 높아져 다양한 차원의 회계 인프라 개선에 나름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북 경협 시 일정 수준 경영자율화가 관철돼야 하는데 이때 재무자료 작성과 검증 기능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도 “남북 경협이 논쟁 속에서 활성화되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경협사업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북한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기에 앞서 회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원조를 받는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제시됐다. 이재일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는 “외국 원조와 직접투자(FDI)를 많이 받은 국가들을 보면 IFRS 도입 등 상대적으로 회계제도가 잘 발달됐다”며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 경제를 도입하고 경제를 개방하려면 시장 경제 체제의 회계제도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북한 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국제규범에 맞게 통계·회계 체계 구축과 법제 정비를 추진해야 하다”며 “북한 경제개발구역을 통한 외자유치 노력과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 및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연계해 신경협모델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세미나 등을 계기로 북한 회계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이배 덕성여대 교수는 “북한은 회계를 경제활동 계획·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아직 북한 회계제도·법령 연구는 초보 단계인 만큼 기초 자료 수집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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