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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바와 제휴 관계인 WD가 독점 입찰권 등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 도시바를 직접 찾아가 독점 교섭권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유력 후보였던 WD가 19일로 예정된 입찰 마감일을 앞두고 도시바와 불협화음을 내면서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WD가 도시바 2차 입찰 마감일까지 도시바와 협력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2차 입찰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Broadcom)과 SK하이닉스 등 우선협상대상자는 2파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1차 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도시바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화권 업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와 브로드컴은 지난 1분기 기준 세계 반도체 업계 3위와 5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도시바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기에 국외 기술 유출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직접 도시바를 방문해 경영진에게 SK하이닉스 기술력을 설명하고 인수를 설득한 점도 유리한 정황이다.
WD 입찰 금액은 SK하이닉스나 폭스콘 등이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업계에 따르면 WD가 도시바에 제시한 금액은 1조6000억엔(한화 약 17조원)으로 SK하이닉스가 제시한 2조엔(한화 약 20조원)보다 적다. 폭스콘이 제시한 3조엔(한화 약 30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원래 WD를 포함해 미국계 사모펀드 KKR과 손잡고 도시바 2차 입찰에 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펀드 자금도 제대로 모이지 않았다. 일본 지지통신 등은 이날 민관펀드 자금이 도시바가 요구하는 2조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WD와 협력하지 않으면 자금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다.
WD와 일본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2차 입찰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바가 WD 요구를 무리하다고 여기는 만큼 일본 정부도 WD와 함께 입찰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WD가 제시한 금액으로는 단독으로 도시바를 인수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려고 했을 땐 SK하이닉스가 인수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면서도 “미일 연합이 자금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면 지분 쪼개기로 도시바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여러 업체에 매각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도시바는 오는 19일 2차 입찰을 진행하고 후보 업체를 압축해 서면 실사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그후 입찰 금액을 정하고 이듬해 3월 말까지 메모리 사업부 매각 절차를 모두 마무리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