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nC, 론칭 1년 만에 6개 층 첫 플래그십 텐트 콘셉 외벽·일식 전시…옷보다 세계관 팔아 외국인 25% 코엑스점 성과, 도산공원서 이어가 선택과 집중 속 투자…10월 상하이 팝업으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손에 든 다운 재킷이 종이처럼 가볍다. 두툼한 부피와 달리 무게는 L사이즈 기준 320g. 500㎖ 생수 한 병에도 못 미친다. 직접 입어보니 어깨에 걸친 감각조차 희미하다. 재킷을 접자 한 손에 쥘 만한 뭉치가 된다. 옆 레일에는 같은 방식으로 접은 재킷들이 파우치처럼 걸려 있다. 이 제품은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받았다. 10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문을 연 헬리녹스 웨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1층 풍경이다.
헬리녹스 웨어의 대표 상품 ‘이클립스 팩 다운 재킷’. L사이즈 기준 무게가 320g이며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받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320g 경량 철학’ 공간으로 옮겨…290평 첫 플래그십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은 이날 헬리녹스 웨어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브랜드 론칭 이후 약 1년 만이다. 지하 1층부터 5층 루프탑까지 6개 층, 약 960㎡(290평) 규모다. 일반 고객에게는 11일부터 개방한다. 헬리녹스 웨어는 코오롱FnC가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와 의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전개하는 브랜드다. 디자인과 생산은 코오롱FnC가 맡는다.
헬리녹스 웨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 백팩과 캡, 의류 등 올가을·겨울(FW) 상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헬리녹스 웨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양한 색상의 ‘이클립스 팩 다운 재킷’이 전시돼 있다. 텐트의 곡선에서 착안한 아치형 퀼팅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매장은 골목에서부터 눈에 띈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 위로 비닐 풍선 같은 구조물이 돌출돼 있다. 텐트의 플라이시트에서 착안한 ETFE(불소수지 계열 투명 필름) 에어쿠션이다. 필름을 여러 겹 겹치고 그 안에 공기를 넣어 만들었다. 무겁고 단단한 구조 대신 선과 면, 공기를 활용해 효율적 구조를 만드는 헬리녹스의 철학을 건물에 옮겼다. 밤에는 브랜드 키 컬러인 블루 조명이 들어온다.
옷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전시관에 가깝다. 지하 1층은 조명을 낮춘 어두운 공간이다. 검은 잎사귀가 깔린 바닥 위로 금속 원판 조형물이 빛을 받아 벽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브랜드 심볼인 ‘이클립스(일식)’를 형상화한 공간이다. 1층에는 이클립스 팩 다운 재킷을 전 색상으로 전시했고, 2층에 올라서자 올가을·겨울(FW) 상품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마네킹 옆에는 헬리녹스 캠핑 체어도 놓여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론칭 1년이 지나면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브랜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상품군도 넓어졌다. 올가을·겨울 상품은 80여종으로 지난해보다 약 30종 늘었고 여성 사이즈도 확대했다. 다운뿐 아니라 백팩·캡·파우치까지 대부분 접거나 말아 작게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레드닷 최고상을 받은 이클립스 팩 다운 재킷에 체열 반사 기능의 티타늄 코팅 안감을 더한 ‘스펙트라’ 한정판과 ‘Helinox SEOUL’(헬리녹스 서울) 로고를 새긴 티셔츠·그로서리백·캠프캡 등이다. 온라인이나 다른 매장에서는 팔지 않는다.
스토어 지하 1층. 검은 잎사귀가 깔린 바닥 위에 브랜드 심볼 '이클립스(일식)'를 형상화한 금속 원판 조형물이 서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플래그십은 시작점…글로벌 팬덤 안고 中 정조준
판매 공간만 채운 것도 아니다. 3층에는 카페 ‘업스탠딩 커피’가 들어설 예정이다. 방문객이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매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다. 4층에는 프라이빗 라운지를 마련했고 5층 루프탑에는 햇빛이 비치면 시간에 따라 그림자가 궤적을 그리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지하에서 루프탑까지 이동하는 동선 역시 ‘빛을 향해 올라가는 여정’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문을 연 헬리녹스 웨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텐트의 플라이시트에서 착안한 투명 ETFE 에어쿠션을 외벽에 적용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첫 플래그십을 도산공원에 낸 데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작용했다. 실제로 헬리녹스 웨어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25%를 넘고,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의 헬리녹스 계정 팔로워는 이달 초 6만명을 돌파했다. 제품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클립스 팩 다운은 지난해 출시 한 달 만에, 지난달 크록스와 협업한 신발은 온라인 판매 5분 만에 완판됐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도산공원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패션 고관여층이 함께 몰리는 곳”이라고 했다.
이번 매장은 코오롱FnC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꺼내든 투자이기도 하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0억원까지 쪼그라들며 21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재무통인 김민태 대표가 취임한 뒤 조직을 기능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정리했다. 잘 되는 브랜드에 자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7% 늘었다. 코오롱FnC는 지포어에 이어 헬리녹스 웨어를 중장기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다음 무대는 중국이다. 헬리녹스 웨어는 오는 10월 중국 상하이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어 현지 반응을 살핀 뒤 12월 정식 매장을 낼 계획이다. 현재 국내 매장은 백화점·복합쇼핑몰 5곳과 이번 플래그십을 합쳐 총 6곳이다. 당분간 국내는 서울점 안착에, 해외는 중국 진출에 집중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서울 플래그십은 헬리녹스 웨어의 경량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한 곳”이라며 “글로벌 팬덤을 끌어들이는 거점이자 하반기 중국 진출의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