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수출 부진은 일시적으로 국가별 순위 변화로도 이어졌다. 미국은 중국과 양강 구도 속 줄곧 2위 수출시장을 유지해 왔는데, 이달 1~10일에 한해 중국-대만에 이은 3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대대만 수출은 전년대비 세 배 이상(200.4%↑) 늘어난 19억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에 이은 2위다. 대만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4위 수출시장이었지만 대대만 수출의 70~8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글로벌 호황을 맞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수출이 큰 폭 늘어나면서 2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3.5일(토=0.5일)까지 줄어든 가운데 집계한 단기 실적이고 미국과 대만의 시장 규모에 근본적 차이가 있는 만큼 추세적 역전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충격이 우리 수출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오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미국 수출액(1278억달러)은 대대만 수출액(340억달러)의 네 배에 이르렀으나, 올 들어 그 격차가 절반 수준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지난 9월 기준 대미 수출액은 103억달러, 대대만 수출액은 52억달러였다.
반도체만 호황을 보이고 나머지는 침체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더 뚜렷해졌다. 지난 1~10일 반도체 수출액(45억달러)은 전년대비 47.0% 늘어난 반면, 미국 관세 부과의 직격을 맞은 승용차 수출액(7억달러)은 전년대비 5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8%까지 불어났다.
반도체를 뺀 수출 전반의 부진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미 수출기업이 관세 부담을 버티게 해 주던 현지 재고가 거의 소진된 상황”이라며 “10월 초 수출은 (조업일수 영향으로) 과도하게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도 부진 흐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