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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과 기업이 가장 관심을 뒀던 ‘녹색 프리미엄’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인정은 결국 무산됐다.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다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생에너지 구매 플랫폼’ RE100
애플, 구글, BMW, 소니, TSMC 등 284개 글로벌 기업은 RE100을 주도하는 탄소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도 SK그룹 등 6개사가 등록했다. CDP에 등록한 기업들은 전 세계 거래 상대에게 RE100 목표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요건에 맞지 않으면 거래를 단절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는 이에 대응할만한 재생에너지 구매 시장이 없는데다 제도적 기반도 미비했다. 기업들이 K-RE100에 주목하는 이유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연간 전기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K-RE100은 전기사용량 수준과 무관하게 산업용·일반용 전기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RE100 캠페인 기준과 똑같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로 정했다.
정부는 K-RE100 이행방안으로 △녹색 프리미엄제(녹색요금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을 내놨다. 이중 녹색프리미엄을 제외한 4가지 방안을 기업이 채택하거나 직접 투자하면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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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이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RPS, FIT)에 대해 프리미엄을 부과해 일반 전기요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기업들은 녹색 프리미엄을 구매하면 온실가스 감축분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져서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가입하려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비싼 전기를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요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이 부분을 두고 지난해부터 협의를 해왔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문제가 발생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에 결국 제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의무제도(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와 예산사업(FIT·발전차액지원제도)으로 생산한 발전량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에 감축 수단으로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달 5일부터 1차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데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안병진 전력거래소 팀장은 “기업은 RE100와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하면 현재 적자구조여도 참여하겠다고 입장”이라며 “RE100 참여 기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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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 독점 구조 깨져…산단·공공기관 등 우선 시행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한전, 전기소비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하는 ‘제3자 PPA’가 올해 상반기 시행된다. 한전은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계약가격은 참여자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며 한전과 무관하게 재생에너지사업자와 전기소비자 간 협의로 정한다. 현재는 발전사와 기업 간 직접적인 전력 거래를 할 수 없어 정부는 한전을 중간에 넣어 ‘소비자-한전-발전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전력판매시장에서 한전의 독점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력판매 가격과 조건이 계약에 따라 다양화할 전망이다. 이외에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생산한 전력을 직접 사용해도 RE100 이행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동안 RPS 공급의무자만 구매할 수 있었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올해부터 기업 등 전기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다. 기업은 구매한 REC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에너지공단에서 전용 REC 거래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시범사업 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산단 중심으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예를 들어 국가 산단 가운데 ‘에너지 자립형 산단’을 지정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과 기업, 대형 건물 등에 RE100을 먼저 도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RE100을 활성화할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