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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수면 위로
검찰 측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기념사에서 “검찰은 경찰국가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며 “선진각국을 비롯해 국제재판소나 국가 간 연합체에서도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 기능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이런 발언은 수사·기소권 분리,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 삭제 등 최근 거론되는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 ‘경찰의 권력 남용 우려’를 제기해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조직의 수장이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장은 다만 “검찰 제도의 근본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그동안 부족하고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되살펴 봐야 한다” “겸손한 자세로 검찰권을 절제해 행사해야 한다”며 기본 사명을 거듭 강조했다.
오후에는 경찰 측이 공세에 나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경찰 태스크포스(TF) 책임자인 황운하(55)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지금의 국정 상황에 검찰은 최소한 공범”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황 단장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연 ‘수사·기소 분리 대비, 경찰 수사 혁신을 위한 현장 경찰관 대토론회’ 특강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를 제대로 수사했다면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황 단장은 이어 “현 검찰 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은 숱한 부패와 인권 침해로 입증됐다”면서 “잘못된 제도를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올바른 형사사법 제도로 갈 것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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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단장은 그러나 “수사구조 개혁이 검·경의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어떤 형사사법 제도가 공정한지 성찰하자는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태 공범’ 발언에 검찰 ‘발끈’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란 황 단장의 발언에 검찰은 발끈했다.
권순범(48·사법연수원 25기)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공식 입장을 내고 “기관 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검찰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도를 넘은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자중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감’ ‘자중’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검찰 수장의 발언을 반박한 것도 모자라 조직 전체를 싸잡아 비판한 데 대해 내부에선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단장은 또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한 데 대해서도 “경찰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지적했다. 권 단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도 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 선진국 검찰의 수사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황 단장은 자신이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