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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1300원대를 돌파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원·달러 환율 상승이 과거와 같이 수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금리 상승 등과 맞물리면서 불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올랐던 지난 6월 무역수지 2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4월(24억 8000만달러), 5월(16억 1000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갔다.
금속부품을 생산하는 B사 대표는 “수출이 전체 매출 중 75%를 차지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사업은 마진율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라 수출로 이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원자재 가격, 물류비 역시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 A사와 같이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뒤 완제품을 만들어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업체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전거를 판매하는 중소기업 C사 관계자는 “자전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주로 일본, 독일 등에서 수입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 여행업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소 여행사 D사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2년여 만에 여행업이 활기를 보인다. 예약자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비용 부담이 늘면 당연히 해외여행을 꺼릴 수밖에 없어 기존 예약자들의 취소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요인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환율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일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할 수 있다”며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환율, 금리, 수출 등과 연계해 준전시상태에 준하는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수입한 뒤 중간재를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때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없어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는 구조”라며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