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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풍‥작년말부터 급증한 이자 부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주력 신용대출상품의 금리는 2.19~4.7%로 집계됐다. 통상 1~3등급을 기준으로 3~4% 수준의 금리가 적용할 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의 신용 대출금리는 작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권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3.5%로 집계됐다. 한달 전과 견줘 0.49%포인트나 뛰었다. 작년 8월 말(2.86%)과 견주면 0.64%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은행권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1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0.881%에서 0.855%(2월16일 기준)로 되레 낮아졌다. 은행연합회가 취합하는 코픽스(신잔액기준)도 1.07%에서 0.9%로 떨어졌다. 금리환경만 살펴보면 대출금리가 오를 이유가 없는데 역주행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신용대출 금리를 끌어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연말부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옴)대출 수요가 늘며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강력한 대출 억제책을 꺼냈다. 한달 약 2조원 안팎의 총량규제를 다시 적용하고 목표를 지키지 못한 은행은 대출목표치를 낮추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권은 한도를 낮추거나 대출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수요를 조절하고 있다. 은행권의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식으로 정한다. 시장금리를 따라가는 기준금리나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는 가산금리는 은행이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워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하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을 주로 쓴다. 실제 5대 은행 가운데 한 은행은 최대 우대금리를 종전 0.8%에서 0.3%로 확 내렸다. 사실상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과 같은 효과다. 정부의 규제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다음 달 발표될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체를 기존 금융기관별에서 차주 단위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일정금액 이상 고객 신용대출은 원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다.
◇돈풀기의 역습…변동금리 부담 더 커진다
지금까지의 금리 오름세가 규제 역풍이였다면 앞으로는 시장의 역습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맞서 전 세계가 돈풀기로 맞서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2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1.39%까지 오르며 1.4%에 근접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 급등할 경우 국내에서도 금리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우리 국채 금리 역시 오르고 있다. 10년물 국채는 연 1.9%를 넘었다. 거의 2년만에 최고치다.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국채금리가 뛰면 자연스레 은행채를 포함한 다른 채권의 금리도 오르는 구조다. 대출금리와 직결된 은행채 금리가 뛰면 대출 금리 인상과 직결된다.
이미 장기채 금리 움직임을 따르는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근 6개월 사이 0.5%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비중이 큰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상품 최고금리는 4%대를 넘었다. 시장금리 변동을 반영하는 변동 금리의 경우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에만 100조5000억원이 늘어 1000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은행 가계대출의 약 70%가 변동금리 상품인데, 금리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쉽게 돈을 빌렸는데, 앞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빚의 규모를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시장 원리에 맡기되,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정책적 목표를 유지할 부분에 대해서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