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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위기에 노사문제까지..속끓는 지엠·르노삼성

송승현 기자I 2020.04.13 17:25:32

14일, 2019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한국지엠·르노삼성 엇갈린 분위기…부결될까 전전긍긍
"코로나 이후 수요 폭증 대비해서라도 노사 협력해야"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FAM’에서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이 한국수출입은행의 코로나19 지원프로그램 등에 대해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운명의 한 주를 맞이한다. 2019년 임금협상을 두고 기나긴 협상을 이어온 두 기업이 노사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모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이날부터 이틀간 지난달 25일 노사가 맺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아울러 르노삼성도 지난 10일 맺은 잠정합의안에 대해 오는 1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 차례 연기된 한국지엠…속전속결 투표 르노삼성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모두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7월 노사가 상견례를 가진 후 한 차례 중단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 약 9개월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장이 “이번 2019 임단협 잠정합의가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잘 안다”면서도 “우리 앞에는 코로나19가 초래한 불확실한 상황에도 맞서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무난하게 잠정합의안이 타결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찬반투표를 앞두고 일부 노조 대의원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으로 간부합동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일정이 연기되는 등 불안감을 키웠다. 이어 지난 9~10일 예정된 투표도 합의안 내용 중 신차 구매 시 할인헤택을 주는 바우처 지급과 관련해 사측이 세금을 노조원에게 내야 한다고 하자 ‘회사가 당초 합의와 다르게 말을 바꿨다’며 재차 투표 일정을 연기했다.

반면 르노삼성의 잠정합의안 타결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르노삼성은 파업 참여 인원 30%의 임금 보전을 요구한 노조 집행부의 주장을 둘러싸고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등 수 차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 내부를 중심으로 늦어지는 임금협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집행부가 파업 참여 인원에 대한 임금보전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지난 10일 극적인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르노삼성 노조 내부에서는 야심차게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가 국내 2만대 계약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보이자 노사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글로벌 車업계 위기…“노사가 힘 합쳐야”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두 기업이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노사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두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 시장이 위축되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해외 판매 실적은 44만68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9%로 급감했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등 위탁 물량 생산 종료로 해외 판매가 반 토막(57.4%) 났고, 한국지엠도 코로나19 여파로 20.8% 감소했다.

한국지엠은 본사인 미국 지엠(GM)이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다수 공장이 셧다운 되는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엠은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전 세계 사무직 직원 6만9000명의 임금을 20% 유예하기로 하는 등 비상경영체에 돌입한 상황이다.

아울러 르노삼성도 XM3의 흥행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배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그룹에서는 물량 배정을 위해서는 노사 갈등해결이 선결과제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위기의 순간에서 항상 피해를 보는 것은 2~3위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두 기업이 노사문제로 싸울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크나큰 코로나발 파고를 이겨나가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은 노사문제로 힘을 뺄 때가 아니라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수요가 폭발할 시기를 대비해 힘을 축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유럽의 코로나 확산 양상이 한국 패턴을 밟을 경우 오는 7월 수요 폭증기가 올 전망이다. 급작스럽게 몰려오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노사 간 원활한 창구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자동차 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서 두 회사의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향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유기적 노사관계 정립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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