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협력 구도는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섰지만, KT가 여전히 티빙의 지분을 정리하지 않은 채 미묘한 동거를 이어가는 셈이다.
KT는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 지분 약 13.54%를 보유하고 있다. CJ ENM(48.8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그런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대한 KT의 신중한(?) 입장이 합병 절차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
CJ ENM(035760)은 16일 WBD와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K-콘텐츠 공동 제작 △홍콩·대만 등 17개 아시아태평양 지역 HBO Max 내 티빙 브랜드관 론칭 △글로벌 유통 확대를 주요 협력 축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티빙은 한국 OTT로서는 처음으로 HBO Max 내 독립 브랜드관을 열고, K-콘텐츠의 해외 직접 진출 채널을 확보했다. 양사는 오는 11월 선공개 콘텐츠를 시작으로 내년 초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CJ ENM은 이번 제휴를 “단순 콘텐츠 수출을 넘어 플랫폼 동반 진출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라고 평가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워너 브라더스와의 협력은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시청자들이 K-콘텐츠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같은 날 KT(030200)는 디즈니+와 제휴한 IPTV 통합 요금제 ‘지니 TV 디즈니+ 모든G’를 공개했다. 실시간 채널과 VOD, 글로벌 OTT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올인원 콘텐츠 플랫폼’을 표방한다.
이 상품은 디즈니+의 최신 오리지널 시리즈와 약 16만 편의 VOD를 통합 제공하며, 월 1만9900원(프로모션가)에 이용 가능하다. KT는 이번 제휴를 통해 “IPTV를 OTT처럼, OTT를 IPTV처럼 즐기는 통합 경험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KT는 ‘모든G 전용 메뉴’를 신설해 이용자가 광고나 추가 결제 없이 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모바일 기기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IPTV와 OTT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KT, 티빙 지분 유지 중… “장기적 사업방향 충돌 우려”
KT는 2022년 자사 OTT ‘시즌(Seezn)’을 티빙에 통합하며 CJ ENM과의 협력 구도를 형성했지만, 이번 디즈니+와 제휴로 양측의 노선은 더 멀어졌다.
티빙도 2023년부터 KT와 IPTV 요금제 상품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KT가 디즈니+까지 국내 통합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OTT 업계 관계자는 “KT는 티빙 합병 논의 과정에서 소극적 입장을 보여 왔다”며 “지분을 유지한 채 외부 OTT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건 장기적으로 사업 방향의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