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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서 무산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재도전'…최대 쟁점은

김형욱 기자I 2024.07.11 21:27:43

풍력산업協, 해상풍력 특별법 공청회 개최
22대서 법안 재발의…"제정 시급" 한목소리
정부 주도 '새판'…사업자 애로 해소 기대
기존 사업자 혜택 방안 등 쟁점 해소 '주목'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정부 주도의 해상풍력발전 추진을 위한 해상풍력발전특별법 제정에 다시 착수했다. 이 특별법은 21대 국회 때 4년간의 오랜 논의 끝에 법 제정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통과하지 못한 채 22대 국회로 넘어온 상황이다. 정부와 풍력산업계는 물론 핵심 이해관계자인 수산업계도 연내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기존 사업자 보호 혹은 활용 방안 등 쟁점 논의를 시작했다.

해상풍력발전 타워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특별법 제정 시급”…정부·풍력·수산업계 한목소리

한국풍력산업협회와 한국에너지공단은 11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제22대 국회 해상풍력 특별법 입법을 위한 국민 의견수렴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각계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이 특별법은 국내 해상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해 개별 사업자가 허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국내 해상풍력 발전 사업 전반을 직접 관할해 각종 인·허가 문제를 풀자는 내용을 담는다. 현재는 사업자가 바다 위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하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국방부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총 29개에 이르는 인·허가를 받고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특별법이 제정되면 사업자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창구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해선 현재 1기가와트(GW)에도 못 미치는 해상풍력발전량을 2030년 14.3GW까지 늘려야 한다. 많은 사업자가 앞선 10여 년에 걸쳐 27GW 규모 83개 단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았으나, 대부분 사업자는 끝없는 인·허가와 이해관계자 수용성, 전력계통 연계 문제로 실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진기 풍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특별법 제정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21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다”며 “커지는 각국 환경 규제를 고려했을 때 22대 땐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현실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김은성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 역시 “연내 특별법이 통과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나더라도 현실적으로 2030년 14.3GW 목표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별법의 빠른 제정 추진과 함께 기존 사업자를 활용한 ‘투 트랙’ 방식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수산업계 역시 빠른 특별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 유충열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 TF팀장은 “수산업계도 많은 고민 끝에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라는 시대 흐름에 동참키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라며 “22대 국회 때도 앞선 특별법안 때 포함됐던 어업인의 참여 등 내용이 포함된다면 이를 수용·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해상풍력발전 보급 목표에 맞춘 사단법인 넥스트의 사업 추진계획 시나리오. (제공=넥스트)
◇정부 주도 ‘새 판’…기존 사업자 ‘혜택’ 최대 관건될 듯

최대 관건은 오히려 해상풍력산업계 내 이견이 될 수 있다. 특별법 제정 후 만들어질 정부 주도의 ‘새 판’에 기존 사업자를 끼워 넣는 방법론에 이견이 많다. 정부가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완전한 새 판을 짜게 되면 수년의 노력 끝에 사업권을 확보한 기업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새 판의 ‘지분’을 부여하기엔 사업자의 사정이 제각각이다. 개중에는 이권만 챙기고자 뛰어든 ‘가짜 사업자’도 있고, 실제 사업자 중에서도 추진 정도가 다 다르다.

최우진 코리오제너레이션 한국 대표이사는 “기존 발전사업허가는 사업자들이 어업인에게 무릎 꿇고 공무원에게 조아려가며 얻은 상처의 흔적이고 그렇게 살아남는 과정에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전투력’도 확보한 상황”이라며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더 빠른 해상풍력 보급을 위해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특별법 안에 기존 사업자에 대한 편익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사업자라도 모두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기는 쉽지 않다. 김진수 한국에너지공단 풍력사업실장은 “21대 때 추진했던 법안에도 발전지구 입찰 시 기존 사업자를 우대하는 내용은 있다”며 “다만, 기존 사업자라도 입지 적정성을 만족하지 못하는 곳에까지 혜택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진 코리오제너레이션 한국 대표이사(왼쪽 2번째)를 비롯한 해상풍력 관련 각계 전문가가 11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제22대 국회 해상풍력 특별법 입법을 위한 국민 의견수렴 공청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풍력산업협회)
정부 주도의 해상풍력발전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전남도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99㎿)의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고 역시 국내 최대인 16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선 특별법안 제정에 반대했다. 다만, 지자체 권한 부여는 사업자의 인·허가 규제 부담을 낮추자는 특별법 취지에 반할 우려도 공존한다.

배용석 전남도청 해상풍력산업과장은 “현재 16GW 규모의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부지나 전력계통 연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정부 주도 사업에 참여할 근거가 특별법에 담겨야 해상풍력발전의 빠른 활성화라는 법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물 밑에서 이뤄지는 이해관계자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현재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의 보상·지원 작업이 물 밑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사업자의 사업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해관계자에게 적정 수준으로 보상할 수 있는 양성화한 기준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제정돼도 전력계통 연계 등 인프라 확보 과제 남아

인프라 문제는 법 제정 후에도 계속 해상풍력발전 보급에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해상풍력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발전사업인 만큼 사업자가 생산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요처로 보낼 전력계통 연계가 수반돼야 하지만 지역마다 전력망 연계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전력망 건설·관리를 전담하는 공기업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재작년 에너지 위기 여파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고 있다. 전력망 확충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민간 사업자 참여 방안을 검토했으나 ‘민영화 논란’ 속 결국 무산됐다.

이성규 한국전력공사 재생에너지 대책실장은 “해상풍력발전 활성화를 서둘러야 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국가 전체 전력망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력계통 연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도 특별법 내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해상풍력 특별법 입법을 위한 국민 의견수렴 공청회 모습. (사진=한국풍력산업협회)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전용) 항만·선박도 빠른 해상풍력발전 보급에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꼽힌다. 역설적으로 최근 조선(造船) 시장이 호황이어서 향후 수요량과 수요 발생 시점이 불투명한 해상풍력 전용 항만 건설이나 선박 건조 추진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훈 SK에코플랜트 부사장은 “특별법이 제정되면 산업부가 연도별 해상풍력발전 보급 목표 등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해상풍력발전 사업자는 물론 앞으로의 배후 항만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이 같은 각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가운데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경록 산업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22대 국회 내 가장 이른 시간 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바란다”며 “산업부도 해수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물론 국회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포함한 ‘큰 의미의 정부’와 함께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한과 의무를 명확히 부여하는 효과적인 법안과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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