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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대법관 12명 중 8명은 다수 의견으로 “이 사건의 근거인 ‘법외노조 통보제도’는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이 없다.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며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법률유보원칙이란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음’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외노조 통보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노동조합을 해산시킬 수 있는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가 근로자의 단결권과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1987년 11월에 폐지됐다”면서 “그런데 그 후 불과 약 5개월 만인 1988년 4월, ‘법정요건을 결여한 노조가 존립할 수 없도록 한다’는 이유에서 옛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새로 도입됐고,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본래 법률에 규정되어 있던 것으로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며 “해당 시행령이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위헌성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고용부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해직 교원도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한 내부 규약을 고치라”며 전교조를 상대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교조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자 고용부는 지난 2013년 10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전교조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선 모두 전교조가 패소했다.
이날 선고 직후 전교조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침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며 기뻐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화 과정은 ‘민주주의 파괴 종합판‘”이라며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의 과정은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로 오롯이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세종시 교육감)은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은 지난 국가폭력에 대한 촛불 정부의 때늦은 바로 잡음이다”며 “법외노조 문제로 해직된 34명의 교사들의 교단 복귀 등 후속조치가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성향 단체인 교총은 우려를 표했다. 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원의 1·2심 판결과 배치되는 선고라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5년 전교조 법외노조의 근거가 되는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날 선고로 전교조가 당장 합법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같은 날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은 유지된다. 대법원은 “현재로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로서의 법적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