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서신왕래'는 탑-다운식 대화..실무협상 시간 걸릴 것"

이승현 기자I 2019.07.23 17:21:44

트럼프 美 대통령, 22일 북측과 서신교환 사실 공개
"서신 통해 북미 정상간 입장 조율하는 것"
"정상들이 의제 정하면 그때야 실무회담 될 것"
"김정은 잠수함 시찰은 내부 결속 차원 행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측과 긍정적인 ‘서신 왕래’가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북미 정상간 소통이 이뤄지면서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과 매우 ‘긍정적인 서신’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협상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며 “북한이 준비될 때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는 지난달 말 판문점에서 정상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실무협상을 2~3주내에 실무협상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협상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신 왕래’가 북미간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미대화의 특징이 탑-다운(Top-Dowm)방식인데 이번 서신 교환은 이런 탑-다운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정상들이 친서를 통한 비공식 접촉을 통해 언제든지 이슈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보다 정상회담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실무협상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북한의 실무자인 리용호 외무상이나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북한대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경우 실무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하노이 회담의 교훈인데, 실무협상을 잘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지금 정상간 소통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확실한 가닥이 잡히면 그때 실무협상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준비될 때 만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게 양 교수의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정상 간 서신 교환을 통해 신뢰를 계속 주면서 서로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그런 전략을 서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통적인 협상방식으로 볼 수 없는 일종의 탑-다운 방식인데, 이런 상황에선 실무협상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무자들은 정상들이 큰틀에서 정리를 끝내면 절차나 세부 내용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측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에 대해 양 교수는 “6.30 판문점 회동에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그 자리에서 합의한 부분에 대한 이행 의지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내용으로 봤고, 임 교수는 “북측이 비핵화 의지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측에 상호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을 것”이라며 한발 더 나간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용”이라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이번 신형 잠수함을 돌아본 것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대외적인 의도보다는 병진노선을 내려놓고 경제에 매진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인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심시키며 군 사기를 고양시키는 내부결속 차원의 대내적 행보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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