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회계 개혁이 본격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평가는 박한 상황이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회계 관련 순위가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년 연속 순위가 올라간 것을 감안할 때 신(新)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이 정착하면 국가 회계 신인도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IMD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 종합순위는 63개국 중 28위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IMD의 평가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4대 분야와 20개 부문, 235개 세부 항목을 합산해 종합순위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세부 항목 중 ‘기업이사회의 경영감독 효과성과 회계감사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은 국내 회계업계에서 국제 회계 투명성 지표로 인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7년 전체 63개국 중 가장 낮은 63위를 기록하면서 ‘한국 회계 투명성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2016년에도 61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 해당 항목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61위를 기록했다. 62위를 차지한 2018년 조사에 이어 2년 연속 순위가 상승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042660) 분식회계 논란을 계기로 시작한 회계 개혁은 2017년 10월 외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듬해 11월 1일 시행하면서 본격화됐다.
그간 대기업들의 잇단 분식회계 사건이 국제 신인도를 낮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됐지만 외부감사를 강화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회계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여전히 회계 투명성 관련 지표는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회계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성적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IMD의 해당 항목이 회계 투명성 지표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결국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회계 신인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내부 회계 개혁과 함께 해외에서도 인프라 개선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회계 개혁 체감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앞으로 관련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어 인식 개선 여지는 크다는 판단이다. 특히 9년 중 3년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정하도록 한 주기적 지정제가 오는 11월 시행한다. 올해만 220여개 기업들에 대해 지정 감사인을 선정하면서 재무제표 신뢰도는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김이배 대한회계학회장(덕성여대 교수)은 “효과가 바로 발생하는 세금 분야와 달리 회계는 실제 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내년 5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 시기를 맞아 세입·세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기적 지정이 시행되면 회계 투명성도 한층 제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