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지원’ 美적극 공세속 韓800만불 지원도 청신호

김영환 기자I 2018.12.20 17:03:09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꺼내면서 남북 교류도 물꼬틀 듯
지난 2017년 대북 유화책으로 활용..2년여만에 집행되면 선순환 촉진할 전망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를 위한 미국인의 북한 여행 허용을 시사하면서 우리 정부가 쥐고 있던 대북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의 집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017년에 지원을 의결하고도 북미 협상 교착 상태 속에 눈치만 보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물꼬를 틀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20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입국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미국인의 북한 체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며 “미국이 먼저 인도적 지원에 나서게 된다면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할) 여지도 넓어진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해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개최해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영양강화식품 지원사업에 45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당시 북한이 여전히 핵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이 대화조차 하지 않은 시점에서 통일부가 다소 성급하게 지원을 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았지만 대북 유화 메시지 카드로 활용됐다. 북미 대화 속도에 따라 인도적 지원이 실제 집행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방침이다.

21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비건 대표가 면담을 예고해 이 만남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발언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더욱이 방한 때마다 취재진에게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비건 대표가 인천공항에서 미 정부의 입장 문건을 낭독했다는 점에서 이날 회동은 인도적 지원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대북 독자 제재를 발효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추동력을 상실했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나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되면서 북한의 비인도적 조치에 반해 인도적 지원을 강행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졌던 탓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북한이 불법 입국한 미국인을 이례적으로 빨리 석방하면서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인도 지원 재개 의사를 표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미국이 더 나아가 자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를 재검토하게 되면 대북 제재 완화로 나아가는 입구도 마련될 수 있다.

국제 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 시그널을 보냈다가 완강한 저항을 확인한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게 되면 국제기구를 통해 추진키로 한 800만 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대화를 미국 측과 나누지는 않았다”고 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여러가지 제반 현안에 대해 협의를 할 것”이라며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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